[2011. 11. 13. 교회력 마지막 둘째 주일] 주님께서 강림하실 때, 우리는. / 살전 3:7-13.
묵상자료 3832호.
시편 105:29-33.
찬송 16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사랑할 수 없다면 아침이 가슴을 열고 노래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남쪽 바람이 갓 돋아난 잎새 사이에서 날마다 속삭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사랑할 수 없다면 그리움에 못이긴 한 밤중의 곰이 별들의 고통을 침묵 시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얼마나 넓은지도 모르는 바다로 어리석은 이 마음이 무모하게 희망을 보내는 까닭은 또 무엇이겠습니까?” 인도의 시인이 쓴 타고르의 <사랑할 수 없다면> 이었습니다. 아침마다 희망이 솟는 이유, 바람이 불고, 별이 반짝이는 이유, 또 시를 쓰는 이유 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행복해 집니다.
<KBS FM 1, 새아침의 클래식, 2011년 10월 15일 방송>
2. 언제나 그렇지만,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세상입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의 경제위기가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때는 종말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사도서간문은 주님이 강림하실 때에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실 바른 종말의식이란 매일 매 순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세상 끝날에 대한 분명한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13절).
주님께서 강림하실 때란, 우주적 파국을 의미합니다. 그날은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들 인생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바로 그 순간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비록 우주적 파국은 미래적인 일이지만, 우리 생명이 끝날 수 있는 것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닌 때문입니다. 오히려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재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수능을 앞둔 한 젊은이나, 주식에서 손해를 본 한 회사 대표도 그의 종말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하루에도 수십 명씩 굶주림에, 혹은 질병과 사고 사건으로 종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말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과연 주님이 오실 때, 우리의 종말을 맞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의 연장선이 될 것입니다.
믿음에 근거한 선한 삶을 살고 있어야 합니다(7-10절).
선하게 살려는 마음을 양심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양심이라는 게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모릅니다. 시류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심을 가지지만, 쉽게 양심과 달리 살아가는 경향이 그것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때로 그 양심이란 매우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자기식 선행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다 나은 선행, 보다 객관적인 선행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믿음에 터를 둔 선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도는 그것을 주 안에서 서 있는 선행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행하는 선행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주 안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선한 마음이며, 주 안에 있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선한 행동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든지 주 안에 있으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습니다(고후 5:17). 주님께서 오실 때, 우리의 모습이 그래야 하겠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도록 주님만을 의지해야 합니다(11-12절).
말하는 것과 그 말처럼 살아가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는 사람이 인격자인지를 확인한 다음에 그의 말을 듣습니다. 그런 말 중에 하나는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어쩌면 이 말보다 더 아름답고 귀한 말은 없을지 모릅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합니다.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고, 어떤 희생도 기쁘게 감당할 수 있게 하는 때문입니다. 그러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봄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교수는 TFT(Table for Two)를 소개하였습니다. 한 끼 식사를 750kcal라고 할 때, 20kcal의 값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하는 운동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은 730kcal만 먹음으로 비만을 줄이고, 나머지 20kcal는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강림하실 때, 우리의 모습이 서로 사랑하는 생활 속에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주 안에서 힘써 사랑을 실천하는 향기로운 모습이시길 기도합니다.
3. 행복을 느끼는 주님의 날 아침입니다.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