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33호.
시편 79:1-3.
찬송 37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더러 길을 물어보는 사람을 보면, 바로 옆에다 두고 묻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모르고 쳐다보면 눈앞에 있는 것도 잘 보이지가 않는 법이지요. 사람의 인생길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혹시 나도 뻔히 보이는 길을 놔두고서, 눈앞에 놓여 있는 길을 보지 못하고, 가장 먼 길로 돌아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14년 5월 6일 방송>
2. 오늘은 부활절 다섯째 주일로 사도서간의 말씀 벧전 2:2-10을 본문으로 “거룩한 인생의 집을 짓자.”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초대 교회의 삶의 자리는 임박한 종말사상이 지배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림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 생생하였고, 사도들 역시 그랬으니 말입니다. 그 결과 거룩한 삶에 대한 꿈은 지배적 소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삶의 첫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2-4절).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던지, 전혀 알 수 없는 삶을 살려고 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모델이 될만한 멘토를 설정하는 일입니다. 거룩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초대교회 교인들에게는 누가 그런 모델이 되었을까요? 대체로 좋은 모델이란 함께 부대끼는 현장의 인물보다는, 조금은 신비하고 이상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그들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야 말로 최적의 모델이었습니다. 예수님에게서 갓 난 아이 같은 모습, 곧 순수하고 신령한 젖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거룩한 삶이란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화장품이나 화려한 무늬의 옷으로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영육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내적인 양식, 곧 주님을 모신 삶이었습니다. 주님은 생명과 구원으로 인도하는 양식이었습니다.
거룩한 삶이란 주님의 사제로 살아가는 일입니다(5-8절).
누구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을 소망합니다. 그런데 이런 귀한 삶은 밖으로부터 끌어들이거나, 그 자신이 노력해서 이룩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사도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가 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의 사제가 되는 일이란, 머릿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사제 이외에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제대로 사는 일이란 유명인사가 되는 일, 곧 실력자가 되고 고매한 인격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만을 믿고 따르며 그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제가 하는 일이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다가, 나중엔 자기 자신을 전하는 이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거룩한 삶이란 하나님께 맡기는 삶입니다(9-10절).
전체 지구 가족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많은 깨우침을 얻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의 민낯이 벗겨졌다는 것과, 둘째는 위대하다 자랑하던 인간의 과학문명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일류 선진국이라 뽑내던 나라들이 야만에 가깝게 휴지와 생필품 쟁탈전을 보이는가 하면, 마스크를 가로채는 해적질의 추태도 보였습니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중심적 문명의 발전이 아니라, 인류가 자연과 공생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분수를 넘는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우주적 연대의식의 파괴와 생태계의 교란은, 그 찬란한 문명까지 모두를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붙잡힌 삶, 곧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과 이웃 그리고 자연과 하나님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단순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3. 저는 오늘 주성청각 장애인 교회(우슬초목사 시무)에서 설교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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