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23(2020. 11. 16. 월요일).

시편 시 115:8-11.

찬송 48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언니에게> 언니, 우리가 한 달 전부터 잡아놓은 약속을, 급한 일이 있다면서 언니가 깨버렸을 때, 내색은 안 했지만 크게 실망했었어. 게다가 그 급한 일이라는 게 갑자기 집에 일이 있어서 못 나오는 동료를 대신하는 일이라고 들었을 땐 화도 났었어. 그래서 혼자라도 가자. 이런 생각을 했을 거야. 그런데 참 신기하지? 뜻밖에도 혼자 여행하면서, 언니에 대한 서운한 감정, 성내는 마음, 이런 것과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게 되더라. 맞아, 아마 이번 여행길에서 나는 마지막 절정인 남도의 단풍 대신에, 더 큰 것을 얻은 것 같애. 작은 산사와 나지막한 산새 때문인지, 주말 강천 사는 인파가 넘쳐났었어. 그리고 그 인파들에게 뭔가를 팔기위해, 좁은 길 좌우로 동네 사람들이 주르르 좌판을 펼쳐놓고 앉아 있었지. , 올개 쌀 나물, 약초. 그런 곳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그 때 내 눈에 한 아주머니가 보였어. 커다란 솥에서 금방 쪄낸 고구마를 꺼내, 한 무더기씩 좌판에 올리고 있던 아주머니셨지. 아직도 뜨겁다고 방금 집에서 쪄낸 고구마라고 손짓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르셨지. 고구마라도 한 짐 쪄서 살림에 보태려는 그 아주머니의 햇빛에 그을린 얼굴. 강하고 거친 손,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모습은 언제나 일을 하면서 집안을 꾸려나가는 분주한 언니 모습이기도 했어. 그 업적이 때로 옆 사람을 부담스럽게도 하지만, 그 부지런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언니. 따끈한 밤고구마를 툭 잘라서 맛있게 먹으면서 산길을 걷는 동안, 내내 언니 생각을 했어. 그렇게 혼자지만 둘이서 여행 잘 하고 돌아왔어. 다음번에는 정말로 나란히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래.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117일 방송> a.

 

2. “하박국이 항의하다(1-4)”야훼께서 응답하시다(5-11)”을 읽었습니다. 여덟 번째의 소선지서인 하박국서를 기록한 하박국은 주전 605년에서 주전 587년 사이인 여호야김 시대에 활동한 선지자로 알려지고 있는데, 주로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박국과 같은 심정으로 하나님께 호소할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살려 달.” 거나 억울함을 풀어 달.”고 기도해 보신 분들이라면, 하박국 선지자의 삶의 자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는 무너지고 불법과 거짓 속에 살아간다면, 그래서 하나님 외에는 달리 소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하박국의 호소에 눈이 떠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응답은 전혀 기대 밖입니. 첫 마디부터 얼음장 같은 차가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 반역하는 무리들아라고 말씀하시며, 바벨론을 심판의 도구로 불러들이시겠다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포로들을 모랫더미처럼 쌓고, 고관대작은 물론 임금까지도 노리개로 삼겠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짧은 인생길을 가는 동안 죽을 것 같은 고비들이나, 몇날 밤낮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억울함을 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누가 우리를 도울 수 있을까 해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그래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붙잡고자 합니다. 신앙인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장면이겠지만, 제가 어릴 때 교회당이 마룻바닥이던 시절에는, 엎드려 기도하던 자리에는 눈물자국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할머니도 그리고 저의 어머니도 그랬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눈물을 쏟고 일어나는 새벽 기도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였을 것이고, 새로워진 마음으로 지겹고 힘든 일상으로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시원한 응답을 바라며 기도해 보신 분이라면, 하나님의 응답이 너무도 더디다는 것을 깨달으셨을 것입니다. 부흥사들처럼 직통 거래하는 분들은 그렇게도 쉽게 응답을 받는데 말입니다. 아무도 없는 교회당을 혼자 빠져나오면서 저는 확인하듯 중얼거렸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다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시면 되십니다.” 하나님은 무턱대고 기도에 응답하실 리 없습니다. 철저하게 잘못을 깨닫고 회개할 때까지는 말입니다. 하박국은 탄원했고, 하나님은 대답하십니다. 비록 평행선을 긋는 것 같은 모양새이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님과의 사이에 소통은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은총임에 분명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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