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목사님께.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하자는 전화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은퇴를 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저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반가운 전화보다는 쓸데없는 전화로 짜증이 날 때도 없지 않습니다.
전화를 끊고 목사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저를 찾으실 때는 언제나 어려운 일들이 생겼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미미하지만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목사님은 교회 부흥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물고기를 그물에 담아 오듯, 교인들을 그물에 가득 담을 수 없을까를 생각하셨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목사님은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대학원에 등록도 하고 배움에 기대도 의욕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감동적인 설교를 할 수 있는 비법이 없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심정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젊은 목회시절이 그랬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인생 고개 일흔을 넘은지도 몇 해가 되고 보니까,
뭔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목사님에게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첫째는 조급증을 늦추고 초심으로 돌아가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옛 어른들 말씀에 서둔다고 일이 잘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을 뿐이다는 말입니다.
교회를 부흥시키는 일도, 명 설교자로 등장하는 것도 조급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급한 마음을 누르시고 심호흡을 하신 후,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당당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전하려고 목사가 됐습니다." 라고.
목사님은 그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매우 순결하고 아름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매일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일입니다.
제가 인생에서 배운 몇 가지 중의 하나는 카르페디움이라는 말입니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을 가진 불어입니다.
목회자건 농부건 간에 하루도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그 매일을 충실하게 채우지 않으면, 영원히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설사 훗날 빠트렸던 일을 채웠다 해도, 그건 그 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한 것입니다.
저는 매일을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계획을 세우는 일과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서 배운 최고의 축복은 계획 세우기와 반성하기였습니다.
일기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는 큰 일보다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입니다.
최근에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을 확실하게 실천하는 게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일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신기루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실천 가능한 작은 일들은 우리 삶에 가득 차 있습니다.
힘든 일보다는 쉬운 일을 먼저 하는것이 지혜입니다.
제가 가정교사 경험이 많은데 항상 지도원칙으로 삼았던 것이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 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다가 잘 아는 문제조차 풀지 못했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입니까?
하루에 세 번 10분간 푸른 숲을 바라보기.
아이들이 얘기하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보기.
기도하는 교인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기.
모두 다 쉬운 일들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느끼는 행복감은 의외로 큽니다.
넷째는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셨으면 합니다.
옛 성인들은 일일 삼성이라는 말을 가르쳤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세번은 깊은 생각하는 일인데 곧 반성을 해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저는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길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남동생 하나는 올해 칠순이 되었는데 깊은 생각없이 행동부터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생을 많이 고생했습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일부터 저질렀으니 말입니다.
깊이 생각하는 습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자신에게도 여유를 줄 수 있어어 참 좋은 생활태도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질문을 받을 때, "생각해 봅시다."라고 한다든지,
"이 문제는 오늘 하룻동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어." 라고 자신에게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깊은 생각은 여러 가지 점에서 좋은 열매를 맺어 줍니다.
설교문도 한 자리에서 끝내기 보다는 한 주간 내내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S 목사님 !
지금 어깨가 무겁도록 짓누르는 문제들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이나 근심을 하지 마십시요.
이런 것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따라올 친구라고 생각하십시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잘 짊어질 수 있도록 매 순간 힘을 주실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런저런 문제로 실망하고 있는 갈라디아 교회에 편지하기를,
"우리가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치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말씀했습니다.
주님께서 목사님께 평화를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