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목사님께.
J 목사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목사님은 안산의 어느 큰 교회에서 강습회를 인도하던 저와 우리 일행을 초대해 주셨습니다.
흔한 일이 아니어서 목사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 몇 차례 목사님의 초대를 받았었지요.
주로 식당으로 초대받아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제 아내까지 불러서 댁으로 초대하신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답례 형식으로 도봉산 등산에 목사님과 다른 두어분을 초대했던 것 기억나십니까?
그 때 목사님은 설교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훌륭한 설교자가 되고 싶어하신다 말씀하셨습니다.
설교는 설교자의 인품과 정비례한다면 참 좋으련만 때론 정반대일 경우도 있더군요.
어쩌면 인품과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님은 매우 아쉬운 분이십니다.
저는 설교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너무도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 현실인 때문입니다.
설교는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잘 풀어서 역사속에 살아가는 회중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의 중심점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그 성경의 중심점을 설교의 중심점으로 옮길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설교자들이 성경을 도구로 삼아서 자기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경향입니다.
또는 회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성경을 도구로 삼아서 전하려고 하는 경향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설교자의 직무를 유기하는 범죄자들입니다.
아주 나쁘고 악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에는 이런 사람들을 고발하거나 책망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시대가 그랬고, 아모스와 호세아 시대에 유독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J 목사님 !
저는 훌륭한 설교자는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표현력이 풍부하느냐 부족하느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좋은 예화를 구해서 사용하느냐 않느냐도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문제 중의 문제는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중심사상(혹은 중심점)을 찾아내지 못한 경우입니다.
아무리 감동적인 설교를 했다고 하더라도 성경 본문과 무관한 이야기에 취하게 했다면 실패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의 중심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성경을 읽어야 하겠습니다.
이 말씀은 도대체 무엇을 말씀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품고서 말입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오늘 설교자 앞에 있는 회중들에게 그 중심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삶의 자리에 가장 적절하게 선포하는 것입니다.
물론 예언자적인 안목이랄지, 치유적인 안목, 역사적 안목, 미래 지향적 안목 등을 결합해서 말입니다.
사랑하는 J 목사님 !
저는 좋은 설교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설교 준비를 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꼭 책상앞에 앉아서 주석을 들여다보고, 문법을 따져보는 것만이 아니라,
길을 걸을 때에든 텃밭을 가꿀 때에든, 그 말씀을 질문과 함께 묵상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오늘 우리들에게는 무슨 뜻이어야 할까?
어찌하여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허투로 지나친 것일까?
그런 다음에 저녁에는 그 느낌이나 깨달음을 글로 옮겨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꼭 유념할 일은 한 편의 설교문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역시 오래 생각하는 것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성경의 중심점을 흐리게 하는 설교자들을 만날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것 저것 비빔밥을 만들어 버리는 경우입니다.
주제가 없는 설교입니다.
귀만을 가지고 듣고 있는 회중들에게는 산만해서 머리가 뒤범벅이 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만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 역시 문제투성이인 것을 시인합니다.
그래도 저는 문제를 알고 있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만은 말할 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J 목사님 !
몇 차례 목회지를 이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염려도 많이 있으시겠지만,
우선 설교에 올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목사님의 목회가 오랜 훗날에도 잔잔한 미소가 떠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가 목사님과 사모님 가족 여러분께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2018년 성주간 월요일에 서울 응봉동에서 박성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