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2018. 7. 12. 14:14

올 여름이 일찍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얘기들이었는데, 

어제부터는 열대야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그동안 소식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막내 딸이 두 손주와 저의 생활 패턴이 확 바뀌고 말았습니다. 

우선 좋은 점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생기로 가득 찼습니다. 

하루 종일 절간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는데,

하루 종일 아이들의 뜀박질이며 울고 웃는 소리에 정신이 없습니다. 

행여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결국 잔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씨름하던 40여년 전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습니다.


K 형 !

요즘 <워마드>라는 사이트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남성혐오라는 주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합니다. 

드디어 <성체 훼손 사진>이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고 급기야 사이트가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가 전하는 기사는 이렇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를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 떠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또 “밀가루를 구워 만든 과자를 두고 예수라고 말하는 게 황당하다. 난 오로지 성별이 여자인 신만 믿는다”

그러니까 패미니즘에서 강조하는 양성 평등이나 낙태허용, 그리고 여성 인권 보장 등에서 

한 걸음 나아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앙을 비난하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이런 타종교에 대한 비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개신교 일부에서는 워마드보다도 훨씬 더 비난의 수위가 높았음은 사실입니다.

지금도 같은 삼위일체 신앙과 사도신조를 고백하면서도 

마리아 동정녀설과 성인 숭배사상 등을 이유로 이단으로 폄하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K 형 !

신앙이란 주관적인 고백 행위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과 같은 고백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신앙을 교리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앙 체계가 전혀 다른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의 신앙에 대해서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같은 기독교회 안에서도 출발점이 다른 집단들끼리는 비난치 않는 것이 상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종교간의 대화를 시도할 경우, 서로의 신앙에 대해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성체 훼손 사진을 올리면서 페미니즘 시각에서 비난한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신앙의 영역에 자리잡은 주제를 일상적인 문제로 생각한 때문입니다.

차제에 성체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주장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성체설에서 기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가진 유월절 전야제 만찬에서 주님은 식탁에 있는 떡과 포도주를 나누시며,

떡을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는 내 몸이라 이를 행할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고 하셨고, 

잔을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는 너희를 위한 내 피라, 이를 행할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훗날 성경학자들은 이를 최후의 만찬이라고 불렀는데, 

이때 하신 주님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로마 가톨릭 교회는 떡과 잔을 성별하는 순간,

주님의 몸과 주님의 피로 변한다고 믿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설(화체설)은 떡을 드시고 이것은 내 몸이라, 잔을 드시고 이는 내 피라 말씀하시는 순간 

주님의 몸과 피로 변했다는 이른바 화체설(Transfiguration)을 교리로 확정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루터교회는 실재설(Configuration)을, 쯔윙글리는 상징설(Symbolism)을 교리로 삼았습니다.

이런 교리는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 형 !

신앙을 객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수많은 순교자들이 생겨난 배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극단적인 모슬렘인 IS 집단이 세계인들을 두려움에 떨게하는 자살 테러행위는 

오랜 종교간의 적대행위에 대한 극단적인 행동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제가 전국복음화 운동이나 성시화 운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주님께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실 때는 

강제적인 방법으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하라는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남의 집에가서 신세를 지며 잠을 자면서, 그 집을 나에게 주시라고 기도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적극적인 선교단체가 소위 땅밟기의 일환으로 불당안에서 기도회를 열고 불교를 비판했다 합니다.

예상되는 심각한 문제는 세계 평화를 깨트리고 종교전쟁으로 비화될 조짐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기독교회와 모슬렘이 경쟁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에서, 종교 전쟁처럼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할 주제는 참된 선교는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교가 사회에 봉사할 일이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진정한 종교성이 세상으로부터 검증을 받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K 형 !

아무리 좋은 신앙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삶이 그 신앙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비난과 비판으로 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도 무더위가 32도를 넘나들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열대야도 계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더위에 몸 관리 잘 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의 평화 !


박성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