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시인께.
요즘 불볕 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엊그제 안부를 물으셨을 때, 제가 지난 정월 보름날 아침에 더위를 팔았던 우스개를 했었지요.
"내 더위 판다." 외친 후 그 자리를 재빨리 떠나야 했다고 말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되찾아야 할 유머와 관습이 많은데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요즘 온 나라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유명 정치인의 자살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사회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명한 답을 듣고자 하는 부탁을 받곤 했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인으로써 자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성경은 자살을 죄라고 규정합니다.
까닭은 생명은 하나님의 것인데, 사람이 그 권위에 도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마 5:21-22).
그런데 성경에는 여러 곳에서 자살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삿 16:23-30에는 삼손이 자신과 하나님이 놀림감이 되자 다곤의 신전 기둥을 뽑아 원수들과 자살하고,
삼상 31장을 보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패한 사울은 세 아들의 죽음을 확인하고 자살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배신하고 은 30량에 팔았던 가룟 유다는 뉘우치고 목매어 죽었습니다(마 27:3-10).
삼손의 경우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자살이라고 생각되는 것 같으나,
사울의 경우는 희망을 잃어버린 최후를,
가룟 유다의 경우는 개인적 야망을 이루지 못한 한 젊은이의 배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유다의 배신에 대해서는 구구한 해석들이 있어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해석은 유다는 당시에 출현했던 열심당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3년 동안 충성스럽게 스승의 곁을 지키며 분석한 결론은 주님은 혁명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님께서 시대적 소명을 배신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자신보다 주님께서 먼저 시대와 백성들의 여망을 배신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100년 전만 해도 위란의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뜻있는 지사들이 자결을 택했고,
정조를 지키지 못해서 가문을 더럽혔다고 자살을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열녀문을 세웠다지요.
21세기를 통과하는 현대에도 우리나라 자살자는 하루 평균 40명으로 OECD 국가중 1위이며,
30세 미만 청소년의 자살률도 1위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체 사망 원인중 자살이 네번째라고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자살은 슬프고 슬픈 일입니다.
신앙인으로써는 말할 것도 없고, 한 자연인으로써도 자살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과제중 하나입니다.
어느 지인 목사님께서 장례를 거부당한 한 자살자의 장례를 맡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살에 대한 우리 교회의 생각이 얼마나 완고한지를 잘 말해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이런 자살자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써 그리고 한 인간으로써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첫째는 동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생각하고 고민했을 당사자를 이해하려고 힘써야 합니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전부를 다 내 던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조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될 것이고, 곁에 있는 우리들이 돕지 못한 것을 아파할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는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에 대해서 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고 있는 것 보다는 모르는게 더 많습니다.
하물며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에 관해서는 더욱 더 모르고 있는 게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족한 이해와 능력에도 불구하고 판단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살피시고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선하신 뜻대로 판단하실 것을 믿어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은총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정말 두렵고 외로운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감추어져 있던 우리들의 삶이 화면에 하나하나 비춰질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이웃을 위해서도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하겠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은총을 빌어주는 그런 마음을 가지는 일입니다.
부디 무더운 일기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