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 전 10:12-15.
묵상자료 3471호(2010. 11. 17. 수요일).
시편 시 12:1-4.
찬송 30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그런 식의, 이제는 너를 다 알겠다는 투의 어법은, 그다지 편안하지가 않습니다. 당장 저 사람이 파악한 나다운 것이란 무엇인가? 신경이 쓰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는 서로 안다고 믿었는데, 정색을 하면서 “널 정말 모르겠다.” 이렇게 나오는 건, 잘 안다고 넘겨짚는 것 이상으로 불편하고도 섭섭할 수 있습니다. “너란 사람 잘 모르겠어.” 라는 말은 정말 잘 몰라서는 안 될 사이, 보여줘야 할 것 뿐만 아니라, 안 보여줘도 될 부분까지 모두 다 보여 준 사람에게서, 더 쉽게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얘기인 것 같애요. 참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정말 모르겠어.” 라고 한다거나, 부모가 자식에게 “내 속으로 낳았는데도 너 속을 모르겠다.” 이렇게 답답해하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종종 마주칠 수 있지요. 그런데 알아주면 좋겠는 사람이 정말 모르겠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일은, 늘 좀 쓸쓸합니다. 몰라서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아니라, 내가 널 모르겠으니까, 어서 나를 이해시켜 달라는 그런 원망이나 힐난이 섞여 때가 많아서 입니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신이 더 노력해 달라는 요구 앞에서는, 자칫 설명하고 싶은 마음마저 위축되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시인 김용택은 어느 인터뷰에서, 젊은 시인들의 시가 난해하다는 원로 시인들의 걱정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젊은 시인들의 시가 어렵기도 하고 이해도 쉽지 않았는데, 그 속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발견했어. 복잡해진 우리네 삶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단선이 아니었고, 그들의 목소리 또한 치열하게 악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된 거지. 나는 젊은 시인들을 전혀 걱정 안 해. 나는 걱정하는 사람들을 걱정해. 우리가 젊은 시인들의 시를 모른다고 말하면 안 돼. 모르면 공부를 해야지.”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노력해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 그는 분명히 밝힙니다.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사람이 전혀 이해가 안 될 때는, 이해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게 먼저가 아니라고, 김용택 시인은 이야기 합니다. 그 사람에 대한 공부, 인간 공부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일깨워주고 있지요.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0년 11월 8일 방송>
2. 지혜자와 우매자, 그들은 가는 길이 전혀 다르니, 지혜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고, 그래서 그 비결을 알려고 힘쓰는 게 당연한 일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런 지혜자의 길이나 우매자의 길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왤까요? 똑 같은 출발선상에 있는 쌍둥이 인데도, 한 아이는 지혜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다른 아이는 우매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참 알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 지혜를 삶의 기술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학문적인 지식을 폭넓게 갖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삶의 기술인 지혜가 모자라서 실패한 삶을 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것이 낯설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어느 유명 인사의 대담 프로가 어느 월간지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자신은 실패한 삶을 살았다는 뜻밖의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대학의 교수가 되고 여러 권의 베스트 셀러가 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관운도 좋아서 장관직도 명예롭게 수행한 분입니다. 그런 그가 자신은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저 해 보는 겸손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털어놓은 그 분의 얘기는, 삶을 함께 나눈 친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함께 웃고 울면서 속내를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이웃이 없었노라고 했습니다. 돌아보면, 헛된 그림자만을 껴안고 산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지혜의 길, 그 길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분이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서야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3. 대부도에서 목회하시는 정성호목사님 덕분에 어제 도봉산 정상을 등정했습니다. 여러분의 축하를 받고 싶습니다. 몇 년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앞으로 10년은 건강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