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4. 사순절 둘째 주일] 하나님께서 계신 곳 성전. / 창 28:10-17.
묵상자료 3944호.
시편 129:1-4.
찬송 25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행자가 물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어떤가요?” 목자가 대답했지요. “내가 좋아하는 날씨가 되겠지요.” 여행자가 다시 묻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요?” 목자가 다시 말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좋아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앤서니 드 멜로라는 신부님이 쓴 글에 나오는 [여행자와 목자]의 이야기인데요. 살면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 원치 않아도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마음을 조금만 바꾼다면, 원치 않은 것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KBS FM 1, 새아침의 클래식, 2012년 2월 3일 방송>
2. 사순절은 주님의 고난에 주목하는 기간이긴 하지만, 오히려 하나님을 더욱 더 바라봐야 할 기간입니다. 눈에 보이는 고난에서 절망을 느낀다면, 믿음의 눈으로 보는 하나님에게서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의 야곱이 그랬고, 오늘 우리들이 그래야 하겠습니다. 앞이 캄캄할 때는 하나님이 더욱 잘 보이는 때이기도 합니다.
돌베개를 벤 야곱은 모든 사람들의 실존입니다(10-11절).
독립운동가 장준하는 <돌베개>라는 책을 남겼습니다.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되찾는 길은 험한 돌베개를 베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돌베개를 베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일이기도 합니다. 앤서니 드 멜로처럼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주어진 것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라” 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고난을 사랑하고 고난과 함께 사이좋게 지내는 비결을 배우는 게 지혜롭다고 하겠습니다. 베드로전서의 주제는 “너는 고난 가운데 산다. 그러나 주님께서 너와 동행하신다.”입니다. 야곱은 스스로 고난을 자초한 경우라 하겠지만, 누구도 고난의 순례 길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명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돌베개를 즐겁게 짊어지는 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고난을 원수로 대하지 말고, 오히려 친구처럼 지내자는 말입니다.
돌베개를 벨 때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12-15절).
앞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난데없이 엄청난 사건이 불거진 경우입니다.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다든지, 제가 그랬듯이 여권과 신용카드가 있는 지갑을 날치기 당했을 때 같이 말입니다. 다리는 떨리고 가슴은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그 때 미안해하시는 안내자 목사님이 무겁게 입을 떼셨습니다. “목사님 내일은 편히 쉬시고, 다음 주일 두 차례 설교해 주십시오.” 오래 전에 성가대원으로 불렀던 <엘리야의 하나님>이라는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엘리야와 동행하셨던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 라고 울부짖듯 불렀던 찬양입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야곱에게 나타났던 하나님이 제게도 나타났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너무나 극적으로 저는 하나님의 도우심과 지키심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이 성전입니다(16-17절).
무교회주의가 일제 강점기에 큰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를 시작으로 김교신, 함석헌 유달영 원경선 등이 그 맥을 이어갔습니다. 그 마지막 대인 원경선은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하나님이 보이지 않고 사람만보인다고 생각할 때, 교회 무용론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곱을 비롯해서 다윗과 솔로몬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일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명령 때문이고(출25-30장). 둘째는 예수님이 동행하십니다(마18:20, 요1:1). 셋째는 성령님이 역사하십니다(요14:26). 물론 교회는 문제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런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시고, 그들과 함께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힘써서 사람 건너편에 계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마음으로만 하나님을 만나거나 볼 수 없습니다. 때로는 형식적이고 겉모양이 하나님을 만나게 해 줍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 성전은 우리들 신앙을 자라게 하는 어머니입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 성전을 향할 때, 새 힘과 위로가 넘칩니다. 이것은 은총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