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구별된 삶을 살려고 힘쓰시길. / 벧전 1:13-25.

박성완 2019. 5. 6. 04:43

묵상자료 3988(2012. 4. 17. 화요일).

시편 142:5-7.

찬송 39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20세기 최고의 색채 화가로 꼽히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 중에, <대화>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앙리 마티스 자신인 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창을 한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창밖은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만 듣고 상상하면 부부가 서로 마주보며 열정적이고 사랑에 가득 찬 대화를 나누는 그림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마티스의 그림 <대화>에 가득 찬 것은,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강렬한 파란색 벽이 풍기는 것 같은 차가운 한기와 냉기입니다. 그 냉랭한 공기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마주보고 있는 부부입니다. 남편은 실내복을 입고 위압적으로 서 있습니다. 일직선으로 곧게 선 채 입술을 꽉 다문 표정이며, 주머니에 넣은 손이 앞사람에게 무언의 질책이나 권위를 세우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맞은편의 아내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한 채 팔걸이의자에 갇힌 듯 앉아 있습니다. 마주 보고 있는 남편을 향해 뭔가를 말해 보려는 표정이지만, 온통 검은 눈 주위가 지레 암담하고 어두운 결과를 예고하는 듯합니다. 결정적으로 마티스는 서고 앉은 채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창문 창살에, 마치 창살 무늬인 듯, “이라는 부정의 말을 써 넣었습니다. 대화를 하고 있는 부부가 아니라, 대화를 하지 않고 있는 부부, 그래서 주위를 온통 냉랭하게 만들고 있는 대화가 필요한 부부인 겁니다. 흔히 전문가들은 부부나 연인간의 말다툼 보다 더 나쁜 게, 냉전이라고 하지요. 대화가 없는 건 차라리 싸우는 것만 못하다고 합니다. 내 안에 영어나 외국처럼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쓸 수 있는, 그 깊고 풍부한 단어들이 가득한데, 계속 표면만 스치는 가벼운 말들로 지내거나, 아니면 그것마저도 끊고 지내는 건 아닌지, 마음 속 언어들을 새삼 되돌아 볼 일입니다.

 

2. 제가 목사로써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때마 다 생각하는 단어가 거룩함입니다. 거룩함이라는 성경언어는 조금 특별합니다. 맑고 순결하다는 등의 의미와 함께 구별되다 라는 의미가 있는데, 성경의 의미는 구별되다 라는 뜻이 훨씬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똑 같은 책상이지만 교회 제단에 옮겨 놓으면 성구(聖具)가 된다거나, 똑 같은 사람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는 성도(聖徒)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하나님의 백성다움이란 구별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말에서나 행동에서 구별된 모습을 나타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옛 친구들의 모임에 가면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흰소리를 하는 이들로부터 술과 담배를 권하는 이들, 남의 험담까지 하는 이들 등 말입니다. 그럴 때 맞장구를 쳐야 어울릴 수 있는데, 전혀 다른 몸짓을 해야 하니 얼마나 낯설고 비호감을 주는 일인지 모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가 권하는 말씀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룩하게 산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몸짓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영웅적인 일이 아니어도 무방합니다그러나 세상 한복판에서 다르게 살려고 하는 것은 보통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힘들고 어렵습니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도 하고, 아니오 하고 반대편에 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돌출행동을 하는 기인처럼 여김 받기도 할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다르게 살려고 힘쓴다면, 분명 거룩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3. 오는 429일은 묵상 자료 배달 4,000회가 되는 날입니다. 간단히 자축회를 마련하려고 기도중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