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진정성이 있어야 할 이유. / 마 24:24-31.

박성완 2019. 5. 10. 00:38

묵상자료 4106(2012. 8. 13. 월요일).

시편 25:11-14.

찬송 34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무라카미 하루끼가 쓴 [먼 북소리]에 보면그리스 섬의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스 섬들은 유독 고양이들이 많지요그런데 그들은 섬에 따라서 그 특징이 아주 다르다고 합니다. 가령 관광지로 인기 있는 섬 중에 이드라 라는 섬이 있는데요. 그 섬의 고양이들은 생긴 것도 아름답고 털도 매끈합니다. 길 고양이들이어도 어딘가 상처 난 고양이는 거의 볼 수가 없지요사람들도 잘 따르고요. 항구근처의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면테이블 주위로 찾아오기도 하는데, 다들 표정이 고양이답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남은 음식을 조금만 주세요. 조금이면 됩니다.” 그리고 멀리 있다가도 부르면 반갑게 다가오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면 기분좋아하기도 합니다. 귀여워해주는 관광객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본래의 고양이보다 훨씬 순해진 것 같다는 게 하루끼의 해석입니다. 그에 비하면 스페체스라는 섬의 고양이들은 정 반대입니다불러도 다가오지 않는 것은 물론, 가까이 하려하면 즉시 도망가거나 할퀴려들지요. 그런가하면 거의 모든 고양이의 콧등에는 할퀸 상처가 있습니다. 그 섬의 고양이들한테는 무조건 상대의 코를 공격하는 습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루끼는 그 섬의 고양이들은 이드라 섬의 고양이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호의를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는 존재는고양이든 사람이든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여유롭고 부드럽고 수용적입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다른 존재에 대한 경계심과 거부감 공격성이 크기 마련이고요. 누구에게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는 사랑을 풍족히 받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중요한 겁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68일 방송>a.

 

2. 예수님의 십자가형을 판결한 후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손을 씻으며, 예수님의 피 흘려 죽게 됨에 대해서 무죄하다고 말하는 대목을 읽었는데, 여러분은 이런 빌라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손을 씻는 관습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레위기에 보면 제사장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 전에 먼저 자신을 깨끗케 한다는 의미로 손을 씻는 예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16:4, 24).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의미로 손을 씻었습니다(26:6, 73:13). 이런 유대인의 관습과 예법을 빌라도는 잘 알고 있었고, 활용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빌라도는 무죄함을 나타내는 형식적인 손 씻기만 알고 있었을 뿐, 그 보다 먼저 마음의 악을 씻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4:14, 4:8). 빌라도는 소신과 신념을 가진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긴 셈입니다. 그저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다는 얄팍한 수순을 따랐다고 말입니다. 그 결과는 오늘날 기독교인의 신앙고백 속에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손 씻는 예법이 우리의 예배에서 존재합니다. 서양 교회당에 들어설 때면 예배당 입구에 세례대가 있고, 거기에선 깨끗한 샘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예배자는 자신을 정결케 하기 위해서 세례대의 물로 머리를 뿌리거나 이마에 성호를 그립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자신을 깨끗케 하려는 아름다운 형식입니다. 이런 형식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행할 때에만 진정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모든 부분에서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형식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예배를 드릴 때 특히 주님께 바치는 행위인 제사적인 부분들(기도, 찬송, 감사 등)에서는 항상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그럴 때 마음과 몸이 일치되는 것을 느낍니다. 온전한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입니다. 형식이 없는 내용이나, 내용이 빠진 형식은 모두 그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3. 오랜만에 편한 잠을 잤습니다. 가족이 있는 집이 좋은 이유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