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을 때 오직 주님만 바라보라. / 마 27:45-54.
묵상자료 4108호(2012. 8. 15. 수요일).
시편 25:19-22.
찬송 44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조사에 의하면, 미래의 남편 직업 중 최악의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등수를 차지한 직업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발표한 미국인들에게 최악의 직업 1위로 꼽힌 직업은 벌목공이었고요. 숲에서 커다란 나무를 베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그런데 나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나무들이 우리에게서 거둬가는 물질 이산화탄소를 생각하니까, 덩달아 생각나는 직업이 있습니다. 탄소 배출권 거래 중개인이라는 직업인데요. 환경에 좋지 않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배출 허용이나 권리 양을 증권처럼 대신 사고파는 일을 해 주는 직업입니다. 아직 세상에 등장한지 얼마 안 되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막 소개된 직업이지요. 하지만 곧 세계적으로 필요성이 크게 높아질 거라고 합니다. 공장이 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덩달아 탄소를 배출하는 곳들이 크게 늘어서입니다. 거기다 온실가스 문제며 기후문제는 인류의 미래가 달리다시피한 전 지구적인 관심사지요. 그 문제의 한가운데 있는 게 바로 탄소 배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유럽에서는 벌써 기후 거래소라는 특이한 이름의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증권처럼 중요하게 거래하고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에게 갑자기 어느 날부터 등장한 쓰레기봉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냥 버리면 되는 줄 알았던 쓰레기를, 돈을 주고 봉투를 사서 거기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니. 처음에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지요. 그냥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 끝인 줄 알았던 탄소도, 앞으로는 버릴 수 있는 권리를 사서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문득 중국의 유명한 여성 시인인 슈팅의 시 <천직>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시 <천직> 속의 주인공인 주부는 어느 날 쓰레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생각합니다. “방사능 물질들을 우주선에 가득 채워/ 우주로 날려버리면 어떨까/ 아이 참, 나중에 우리네 손자세대가/ 견우직녀별도 몰라보고/ 하늘에서 빙빙 돌아가는 쓰레기통만 보면 어떡하지”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6월 13일 방송>a.
2.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이 말은 아람어인데, 그 뜻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입니다. 버림받은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절규하는 외마디 말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을 죽음에 내모는 장면을 가장 잘 들어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런 비정함을 이해할 수 없어 합니다. 도무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인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읽을 때면 수잔 데 디트리히교수의 창 22장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수잔은 아브라함에게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삭에게서는 예수님의 이 절규를 생각하게 합니다.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비정한 아버지가 되신 하나님을 아브라함으로 대신하게 하셨다고 말입니다. 이삭의 몸부림치는 모습을 십자가상의 예수님을 볼 수 있게 하셨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과 이삭은 마지막 순간에 멈춰 섰습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멈추지 않고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저와 당신을 그리고 온 인류를 살리시려고 말입니다.
이 구절은 가상칠언 중 4번째 말씀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성금요일에 한번은 반드시 묵상하게 됩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혹시 여러분도 이런 막막한 심정일 때가 있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가족이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선언을 들었을 때, 비행기 탈 시간을 고작 3시간 앞에 두고 여권가방을 날치기 당했을 때도 바로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뜻 모를 시련 앞에서, 이 구절을 외칠 만 합니다. 그러나 또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하나님은 더 높고 더 깊은 뜻을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오직 당신만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지난 2월에는 여권을 잃어서 큰 낭패였습니다만, 2시간 만에 극적으로 되돌려 받을 뿐 아니라, 취소시켰던 비행기표는 그 많은 대기자들이 있었음에도 홀딩상태로 놔두게 하셨고, 비행기 자리도 비즈니스로 옮겨주신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번에는 강의 시간 1시간 전에, 타고 갈 오토바이가 방전이 돼서 5km를 걸어가야 했는데, 마침 신학교 관계자이신 목사님이 들려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사용하게 하시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주님의 현실 참여, 이 보다 더 극적인 기적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기적 속에서 사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3. 광복절 아침입니다. 남과 북이 통일되는 날이 진정한 광복일 것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