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오는 통로가 있습니다. / 요 10:19-30.
묵상자료 4148호(2012. 9. 24. 월요일).
시편 35:17-19.
찬송 45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고백합니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만, 마음껏 사랑할 수가 없다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고요. 그렇게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내 마음을 누르고 있다고요. 하지만 두려움이 나쁜 감정은 아닙니다.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일종 경고등 같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두려움의 비슷한 말은 불안. 그는 이 사랑마저 깨질까봐 불안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실패라는 고통이 두려워서, 이 사랑을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소망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게 두려움에 복종합니다. 두려움과 불안에 지친 마음의 문은 결코 열리지 않지요. 그러면서도 두려움의 반대말은 희망. 두려움이 커질수록 희망도 커집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힘껏 당겨서 이 팽팽한 긴장과 불안이라는 활시위에서 멀리 날려주기를 바랍니다. 이 사랑에 이 삶에, 무언가 전환점을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 밀란 쿤데라는 [농담]이라는 책에서 말했지요. “그러나 그런 기회는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잘 다듬어진 마음의 의지나 잘 다듬어진 거동과 표정 등을 송두리째 버리고, 적나라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런 상태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가면 뒤에서 내가 어림짐작으로 찾던 것이, 어떻게 내 손안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예기치 않은 선물, 희한한 구원의 손으로 느끼고 있었다.” 내가 진실로 바라는 것 앞에서 더 이상 가면을 쓰지 않고 적나라해질 것. 글쎄요. 어떻게 하면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괴테가 말했지요. “그저 자신을 믿어라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근거는 없지만요.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분명히 나에게 호의적일 내 운명에 대한 배짱 좋은 믿음.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년 7월 16일 방송>
2. 수전절(修殿節)은 시리아의 왕 안티오커스 4세 에피파네스가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의 제단을 세우기 위해 성전을 더럽힌 일이 있었는데, 주전 164년 유다 마카비우스가 성전을 탈환하고 청소하고 제단을 회복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매년 수전절을 지켰습니다. 이 절기는 다른3대 명절처럼 반드시 예루살렘에 올라갈 필요가 없었고, 어디서나 지킬 수 있게 하였는데, 각 집에는 첫날밤에 등불 하나를, 매일 한 등씩 더해서 여덟 가지의 촛대에 전부 점화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나는 세상의 빛이로라.”(9:5)는 말씀을 하신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유대인들의 하소연을 듣게 됩니다. “당신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마음을 의혹케 하나이까?” 라는 것입니다. 그 대답은 “내가 너희에게 말하였으되 믿지 아니하는 도다.” 이었습니다. 그들의 문제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가 힘들었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괴로웠던 것입니다. 도대체 그들은 왜 믿지 못하는 것입니까? 어쩌면 그들 역시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그들의 마음을 흔드는 또 다른 힘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지금까지 배워오고 들어온 율법신앙이었거나, 잘못된 자기 신념이었을지 모릅니다. 똑 같이 복음을 들었지만, 그 복음이 들리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믿음조차도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고백했던 것입니다(엡 2:8). 그리고 성령님의 감동과 감화하심이었습니다(요 14:16-17, 26). 우리를 믿음의 바다로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내 의지나 노력 그리고 내 지혜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크고 단단한 믿음이 자라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믿음을 위해서 기도할 시간이 절실합니다. 오늘 여기에서 말입니다.
3. 저의 사택 거실 앞에는 3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서 있습니다. 삭막한 시야를 가려주고, 철마다 새 옷으로 단장해서 기쁨을 주었습니다. 올해가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엄청난 열매를 매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열매를 주어갔고, 저도 처음으로 은행 열매를 만졌는데 그만 옻이 올랐습니다. 갑작스럽게 가렵고 얼굴이 부어오르는 등 낭패를 겪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며칠 먹은 때문에 어제는 딸꾹질까지 겹쳐서 하나님과 교우들께 많이 미안했습니다.
닷새째인 오늘 가려움증도 붓기도 많이 빠졌습니다. 아직 배울 게 많은 철부지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