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참으로 약하고 여린 인생. / 행 22:30-23:11.

박성완 2019. 5. 13. 02:27

묵상자료 4176(2012. 10. 22. 월요일).

시편 40:14-17.

찬송 34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2. 어려움을 겪게 될 때,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처럼 말입니다.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사도를 한번 상상해 보신다면, 얼마나 외로움을 느낄 것이며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까? 198010월 어느 날 저는 부산 삼청교육대에 차출이 되어서 1시간짜리 정신훈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생애에 가장 치욕적인 흔적이 될지 모릅니다. <부산 향목회>로부터 불량자들을 선도할 정신교육에 참가하게 될 것이니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소령이 에스코트하는 찝차에 태워져 해운대 뒷산을 한참이나 올라가서 생지옥 같은 곳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완전 무법천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내되어 들어간 곳은 수백 명이 집합되어 있는 강당이었는데, 얼마나 빽빽하게 모여 있는지, 흰 파이버를 쓴 교관이 사람들의 어깨를 밟고 다니며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거기 끌려온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한 사람들인지 저는 몰랐습니다. 그저 인간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 때 저는 제 자신도 겁에 질린 채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자고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지나온 과거가 어땠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은 용서해 주시는 분이니, 얼마든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훗날 밝혀진대로는 중 고등학생들과 여자를 포함 60,755명이 삼청교육대에 끌려와 있었다고 합니다. 깡패는 물론 눈에 가시 같은 반정부 투쟁을 하는 인사들도 다수 끌려와 있었다는 보도자료도 보았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저는 그 분들에게 진심으로 속죄할 기회가 없었습니다.서른 다섯 살의 실수였습니다. 적어도 억울하게 끌려갔던 많은 선량한 분들에게 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처음에는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사도의 입을 치라고 했을 때, 맞대응해서 회칠한 담이여, 하나님이 너를 치시리로다.”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사도다운 당당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조금 후에는 청중들이 눈에 들어왔고,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 부활신앙을 피력합니다그래서 부활을 믿는 바리새인과 부활을 부정하는 사두개인들 사이에 심한 다툼이 생겼습니다. 이 본문을 읽다가 강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사도는 이 두려운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작심하고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을 대립하도록 만든 것인가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국면,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유혹을 받았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궁금한 점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때는 대담할 수 있던 사도였지만, 상황이 파악되자 오히려 어떻게든 두려움을 피하고 싶은 얄팍한 속내를 드러내는 평범한 속인이 되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약하고 여린 인간의 생존본능을 감추고 싶지 않았으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천부장을 통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일이 생길까봐, 사도를 그 험악한 자리에서 빼내어 로마병영의 감옥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