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그믐밤에 얻게 되는 축복. / 미 5:1-4.

박성완 2019. 5. 13. 02:51

묵상자료 4193(2012. 11. 8. 목요일).

시편 46:1-3.

찬송 42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맹목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맹은 눈멀 맹, 목은 눈 목. 곧이곧대로 풀면 눈이 멀었다는 소리고요. 더 풀어보자면 무조건 믿어버린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가 참 재미있어요. 북송 때 시인 소 식은 본성이 말을 삼갈 줄 몰라서, 남들과 친하건 친하지 않건 가릴 바 없이 마음속의 생각을 다 털어놓아야지 못 다한 말이 있으면 목구멍에 음식이 걸린 것 같아서 반드시 토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습니다. 급기야 이런 성격이 초유의 필화사건을 일으켜서 고문을 받고, 유배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는데요. 귀양시절 초기, 그는 인생무상에 빠져서 붓을 놓았을 뿐 아니라, 외부와도 완전히 관계를 끊고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기를 5, 황주성 동쪽 산비탈에 황무지를 사서 동파라고 이름을 붙이고요. 자신을 <동파거사>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태어난 소동파는 호방하고 재미있는 성격에 요리까지도 잘 해서, 어디를 가든 인기 만점이었다고 해요. 그는 특히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는데, <동파육>도 바로 그가 개발한 요리지요. 맹목적이라는 말도 그의 돼지고기 사랑에서 비롯됐습니다. 어느 날 하양에서 기르는 돼지가 맛이 참 좋다는 소문을 듣고 하인을 시켜서 몇 마리를 사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하인이 돼지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그만 술에 취해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돼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던 하인은 자기 돈으로 가까운 농가에 가서 소동파가 말한 돼지가 아니라, 그냥 보통 돼지를 사가지고 왔지요. 그런 줄도 모르고 소동파는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서 그 유명한 하양의 돼지고기라면서 잔치를 벌였고, 친구들은 소동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맹목적으로 고기 맛이 참 좋다고 칭찬을 합니다. 이 때 마침 밖에 촌로 몇 사람이 찾아왔고, 소동파가 나가보니 하인이 잃어버린 돼지를 한 마리씩 안고 있었다고 하지요. 이 사실을 뒤 늦게 알게 된 친구들, 참 얼마나 무안했을까요?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것은 좋지만요, 자신의 원칙이나 주관 없이 맹목적으로 복종했던 결과가, 종종 그렇게 속았다로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알베르 까뮈가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지요. “나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반대한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822일 방송>

 

2.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던 저는 그믐밤에 심부름을 나섰던 추억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모 댁은 한 오리길 쯤 되었는데, 논밭을 지나서 산모퉁이를 돌아가야 했습니다. 산 짐승들의 소리도 들리는데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 찬송을 많이 부르곤 했습니다. 얼마나 힘과 용기가 생겨났는지 모릅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은 바벨론에 의해서 포로로 잡혀갔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는 하나님의 말씀을 떠올리기에 너무 적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칠흑 같은 그믐밤에 하나님을 생각하듯 말입니다. 미가 역시 앞선 예언자들처럼 메시야의 구원을 선포해야 했습니다. 그 메시야는 유대 땅 중에서도 가장 작은 고을 베들레헴이라고 말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남은 자를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절망의 순간들을 맞곤 합니다. 시험을 망친 젊은이들을 비롯해서, 취업에 밀려난 사람들, 무서운 암 선고를 받은 이들, 그리고 달러화의 절상 혹은 절하로 갑작스럽게 부도를 맞게 된 사업가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칠흑 같은 그믐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조금 살아본 경험으로는, 이런 그믐밤들이 가끔은 필요한 것임을 배우고 있습니다. 즐겁고 평안한 시절에는 절대로 깨달을 수 없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바로 그런 때보다도 하나님을 향하기에 적당한 때가 없기 때문입니다. 참된 깨우침이란 이런 그믐밤 속에서만 발견하는 은총인지 모르겠습니다. 교만보다는 겸손의 가치를, 성공보다는 실패의 참 맛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여, 우리로 실패나 절망에도 주저앉지 않는 소망에 눈 뜨게 하옵소서. 아멘.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