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믿음으로만 가능한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살기. / 빌 2:1-11.

박성완 2019. 5. 14. 02:26

묵상자료 4216(2012. 12. 1. 토요일).

시편 51:17-19.

찬송 43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침묵,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또는 그런 상태.” 그러나 이것은 소리가 없을 뿐이지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때로 침묵은 소리의 부재를 통해서 소리가 주는 감각보다 더 적극적인 감각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레니에가 경험한 장면은 이랬습니다. 친구들이 라마크리슈나파의 한 힌두 승려를 초대한 모임에서였어요. 그와 친구들은 그가 어떤 설법을 들려줄지 희망을 품고 기다렸지요. 하지만 이 승려는 15분이 흘러도 여전히 침묵만 지켰습니다. 그렇게 계속 말문을 열지 않자기다리던 사람의 주의력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신기한 일이 벌어졌지요. “귀에서 감소된 집중력은 이번에는 눈으로 옮겨졌다. 주위 환경 따위에 아랑곳 하지 않는어떤 절대적 희열을 누리고 있는 듯, 부드러운 빛으로 환해진 그의 얼굴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이 고요한 평정에 참여하는 듯 하였으며더 이상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지만과거나 미래는 느낄 수 없었으며, 단절되지 않고 무한이 연장되는 현재 만이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침묵이나 정적이 주는 그 무게를 견디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으로우리들의 시간을 굳이 과거로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앞서서 장그레니에가 체험한 것처럼, 우리는 침묵을 통해서 얼마든지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지요. 마치 악보에서처럼요악보 속에서는 온 쉼표 사분쉼표 팔분쉼표 16분 쉽표수많은 쉼표들이 있고, 연주자들은 이 쉼표를 충실히 연주합니다쉼표가 음악의 일부이듯침묵도 대화의 일부입니다. 자연과 나누는 대화예술과 나누는 대화사람과 나누는 대화. 그렇게 침묵이야 말로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경지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함께 침묵하는 순간에 수백 마디의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 질 수 있으니까요. 루이저 린제는 [생의 한 가운데]에 이렇게 썼지요.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데 에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 그레니에는 침묵에 대해서 깨닫지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어떤 것을 침묵시킬 때, 비로소 인간은 그의 비어 있음을 하나의 현존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침묵은 생명의 원천이다.” 물론 이 대목에서 하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해서 안 한다던가, 말하기 싫어서 안 한다는 식의 침묵은 열외입니다. 침묵과 다정한 말의 비율을 잘 조절하고 그 선택의 순간을 잘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914일 방송>

 

2. 하나님의 마음, 그리스도의 마음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마음을 제 것처럼 갖기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만 열면 하나님의 마음으로, 또는 주님의 마음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듯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그런 말투를 쓰게 된 까닭을 사도 바울에게 원죄를 돌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제 아내가 제게 하는 말로, “당신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습니다. 42년째 얼굴을 맞대고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마음을,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라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100% 불가능에 가까운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말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말씀들과 함께 우리가 이해하는 하나님의 말씀들은 모두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믿기만 하면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성경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자세입니다. 본문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이란, 가장 고귀한 하나님의 신분에서, 가장 낮은 천민의 자리에 내려오셔서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의 삶을 실천하신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도 실행도 불가능하지만,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을 때,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신 그리스도를 믿을 때, 일어날 일이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