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12. 12. 30. 성탄절후 첫째주일] 물댄 동산 같으려면. / 렘 31:10-13.

박성완 2019. 5. 15. 03:12

묵상자료 4245.

시편 60:9-12.

찬송 43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는 퇴근하면 가방을 열어/ 가방모양의 공기를/ 마루 위에 쏟아내곤 했다신보선 시인의 <아버지 옛집을 생각하며> 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퇴근한 아버지의 가방 속에서 쏟아지는 공기처럼, 밖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식구들은 오늘 하루 거친 곳의 분위기를 가지고 들어오지요. 그렇게 각자 품어온 공기는 집안 공기에 스며들지만 밤새 스르르 그 흔적이 희미해지면서 다시 아침이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집안 공기를 품고 밖으로 나섭니다. 때로는 고달프거나 쓸쓸한 냄새가 섞인 공기도, 밤이 지나면 곧 익숙한 집안 공기로 변해버리는 일, 그것이 집이 지니는 요술 같은 힘이 아닐까요? 모두가 그 요술 같은 힘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KBS FM 1, 풍류마을 2012820일 방송>

 

2. 기쁘고 복된 성탄절 기간입니다. 우리 주님은 평화를 가지고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용서와 사랑 믿음과 희망을 선물로 가져오신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이 행한 것과는 정 반대로 엄청난 은총을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물댄 동산 같은 감사와 행복을 누리는 삶인 때문입니다.

 

신앙과 생활은 갈등이 아니라 우선순위입니다(10-11).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한 가톨릭 신부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선교가 무엇인가라는 주제였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고 베풀고 돕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주 안에서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아파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신앙과 생활이 서로 어울려 행복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신앙과 생활은 갈등의 관계가 아니라 조화의 관계이며, 참된 행복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과의 관계인 신앙이 언제나 건강해야 합니다. 모든 관계의 근원인 때문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목자가 양무리를 보호하고 인도함처럼, 그들을 살리시고 인도하실 것임을 말씀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나님이 선한 목자가 되셔서, 죽음의 골짜기에서 구해 내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과 바른 관계가 될 때,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물댄 동산 같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12-14).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까?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입니까? 높은 권좌에 오른 사람입니까? 행복은 그런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중국, 베트남과 몽골의 시골 교회들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찬송을 부르면서 기뻐했고, 말씀을 들을 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초라한 밥상 앞에서 즐거워했습니다. 그들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은 우리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른 땅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물댄 동산과 같은 충만함이 있었습니다. 주어진 것을 누리고 있었고, 감사하였으며,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탐욕은 이 모든 행복은 일시에 무너트립니다. 탐욕이 우리 마음을 점령할 때, 메말라지기 시작합니다. 기쁨도 감사도 보람도 메마르고, 친구도 이웃도 떠나가고 맙니다. 지금 우리를 위해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선물들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물댄 동산이며, 행복이 솟아나는 비결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일입니다(10, 14).

하나님을 만나는 확실하고 분명한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말씀 가운데 존재하시는 때문입니다. 물론 자연현상을 통해서, 역사의 부침(浮沈)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지만,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것만큼 확실한 하나님은 만날 수 없습니다. 교회력은 그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112달을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형통한 삶을 바랍니다. 물댄 동산 같은 은총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비결이 무엇인지를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예배에 출석하고 기도하지만,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담겨 있는 말씀을 묵상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저 세상 사람들처럼 많이 갖고 높이 오르는 것이 축복이고 행복인양 엉터리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모든 은총들을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것들을 세상 끝날 까지 기쁨으로 누려야 하겠습니다. 말씀을 기억할 때 일어나는 기적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