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삶의 정황을 이해할 때. / 막 2:13-22.

박성완 2019. 5. 16. 02:42

묵상자료 4264(2013. 1. 18. 금요일).

시편 시 66:16-20.

찬송 43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유럽 남부에 있는 어느 옛날 저택을 구경시켜 줍니다. 벽에 똑 같은 모양의 창문들이 나란히 나 있는데,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니 현관문을 중심에 두고 오른 편 창문은 진짜, 놀랍게도 왼 편의 창문은 가짜였습니다. 그러니까 왼편의 창문은 오른 편 창문을 똑같이 베껴서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굳이 왜 창문을 그렸을까 궁금했는데, 왼 편과 오른 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서구에서는 대칭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니까요. 이렇게 대칭을 주로 하는 세계 건축계에서한옥은 그야말로 파격입니다. 유독 비대칭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에서대칭인 건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기와지붕도 제각각배치도 제멋대로이지요이런 모습은 부석사에 가도 소세원에 가도 비슷하게 발견할 수 있는 데요. 어느 세월엔가 우리 역시 서양인들처럼 대칭 꼭 맞는 도시와 아파트에 사는 탓에, 처음에는 비대칭이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요,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앉아 노니는 학의 무리를 바라보듯 마음 편안해 집니다. 우리네 선조들이 비대칭을 좋아했던 것은, 구둘의 탓도 있지만 좌우를 꼭 맞춘 대칭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갑갑하게 만든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더 아름답고무엇이 덜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준은 애당초 없었을지 모릅니다. 조지 버나드 쇼우가 말했지요. “갈 때마다 매번 내 치수를 새로 재는 단골 양복점 주인만이 현명하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옛날 치수에 나를 맞추려고 한다.” 무엇인가를 보고 들을 때나 누군가를 만날 때, 매번 치수를 새로 재는 양복점 주인처럼 현명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찾아온 손님을 옛날 치수에 맞추려 드는 어리석은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1026일 방송>

 

2. 신학을 배울 때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용어는 삶의 정황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삶의 자리라고도 말하는데, 모든 성경의 말씀은 그 나름의 특별한 삶의 자리에서 선포되고 있다는 이론을 의미합니다. 오늘 본문은 두 가지 일화를 말씀하는데,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명 구절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 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는 말씀이고, 다음 하나는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는 말씀입니다. 이같이 모든 성경 말씀들은 삶의 정황(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삶의 정황을 충분히 고려할 때, 그 말씀이 빛나고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병든 자, 죄인을 찾아오셨다는 말씀은, 우리 주님께서 당시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던 세리와 죄인들 틈에 끼어 식사를 하실 때 하신 것입니다. 병든 자나 죄인들을 전혀 가까이 하지 않는 점잖은 신사가 내 뱉을 수 있는 그런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의 주제가 그 상황에 적절하지 않는다면 설득력도 감화력도 없을 것입니다. 금식하는 요한의 제자들 얘기를 꺼내면서, 금식과는 전혀 다르게 처신하는 주님의 제자들을 험담할 때, 주님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는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누구나 금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금식이 모든 일에 다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식음을 전폐할 분명한 정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옥에 갇힌 스승을 둔 제자들이 편한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금식이 가장 어울리는 일이고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제 막 결혼을 한 신랑에게는 함께 즐겨줄 친구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말씀이 서 있는 삶의 자리를 주목한다면, 말씀이 생기를 찾고 빛을 내는 순간을 누릴 것입니다.

 

3. 저는 오늘 오전 강의를 마치고 상경하려고 합니다. 어제는 묵상식구로 이곳 여수의 <기쁨있는 교회> 류요한 목사님께서 저의 강의실을 찾아와 응원해 주시고, 여수의 명물 돌산 대교며 엑스포장과 일제 때 정으로 찍어 만들었다는 좁고 긴 바위 굴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