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받은 자가 누릴 최상의 축복. / 골 3:1-11.
묵상자료 6574호(2019. 5. 17. 금요일).
시편 9:17-20.
찬송 20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남자는 가끔 눈이 시리도록 흰 에베레스트 산의 모습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직접 가 본건 아니지만, 사진으로 본 에베레스트의 풍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에베레스트 산 역시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봄을 맞아 에베레스트 산 등반이 시작되면서, 산을 관리하는 네팔 정부에서는 청소 전담반을 꾸려, 에베레스트 산 청소에 나섰는데요. 청소를 시작한지 2주 만에 3톤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청소작업을 계속해서 두 달 반 동안, 10톤의 쓰레기를 수거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2011년부터 매해 봄이면 이렇게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이지만, 쌓인 눈 속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묻혀 있을지 추정할 수도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남자가 힘이 들 때면 떠올려보곤 하던 에베레스트 산의 그 빛나던 흰 눈 속에, 인간의 활동이 빚어낸 쓰레기가 가득했다고 생각하니까, 남자의 마음이 좀 무거워지는데요. 그렇다면 내가 지나온 자리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을지, 내가 살아오면서 빚어낸 것들, 또 앞으로 살면서 빚어낼 것들은 조금이라도 이 지구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는 보통의 아침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9년 5월 9일 방송>
2. “그리스도를 통한 새 생활(1-4절)”과 “그리스도인의 생활 원칙(5-11절)”을 읽었습니다. 내일 둘째 단락을 계속 읽게 됨으로 오늘은 첫 번째 단락을 어제 읽었던 2:20-23을 포함해서 묵상하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 까닭은 그동안 길들어왔던 세상에서의 삶을 쉽게 바꾸지 않는 때문입니다. 십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출소자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6개월 프로그램에 제가 담임으로 있던 교회가 도우미로 참가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자신이 식사 기도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그래서 허락했는데 정말 경건하게 그리고 조리 있게 기도를 하는데,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교우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신학교를 갈 수 있겠느냐고 상담을 청해 와서 찾아오라고 말미를 주었는데, 정말 저의 사택을 찾아온 것입니다. 이것저것 학교에 입학할 서류에 대해서 얘기하던 중, 도무지 갖출 수가 없어서 어렵겠다고 말하니까, 매우 험한 모습으로 행패를 부리는 것입니다. 주먹으로 벽을 치는데 피가 날 정도였습니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죄에 대해서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죄의 종노릇을 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그런가 하면 동시에 그리스도의 의로 새로워진 사람입니다. 세례가 주는 위대한 힘입니다. 그리스도의 손에 이끌려서 죄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전혀 새로운 존재로 뒤바뀐 것입니다. 이것은 설명할 수 없는 기적입니다. 그래서 루터는 성도들에게 날마다 자신이 받은 세례를 기억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세례를 기억하는 삶이야 말로, 우리들의 존재가치가 위대하게 빛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례 받은 것을 자랑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습이 빛나는 단 하나의 근거가 되는 때문입니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시 장로교회는 중학생이 되어야 6개월 간의 입교 공부(confirmation class)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외지로 고등학교를 다니러 집을 떠났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야 입교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중세기에는 정식 신부가 절대 부족해서 세례식은 물론 입교식도 성찬식도 하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가 생겼었는데, 저 역시 그런 아픔을 일찍이 그것도 절절하게 배웠던 것입니다. 세례받은 자가 누릴 최상의 축복인 성찬식의 소중함을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