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하신 예수님. / 막 10:1-16.
묵상자료 4290호 (2013. 2. 13. 수요일).
시편 시 71:17-21.
찬송 28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옷을 사오셨습니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시장에서 산 값싼 옷이었습니다. 어머니께 화를 냈습니다.
“요즘 이런 옷 입는 애들 아무도 없어요. 차라리 아르바이트 월급 받으면 내가 하나 사 입을래요.” 어머니는 섭섭한 표정이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아르바이트 월급이 나왔습니다. 많지 않은 돈이나마 그동안은 늘 반 정도를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돈에다 간신히 모아 놓은 용돈까지 옷을 사 버렸습니다. 그것도 백화점 남성 복 코너에 가서 예상보다 훨씬 비싼 옷을 사버렸습니다. 돌아 나오는 길이 편치 않았습니다. 괜한 허세와 반발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돌아가서 옷 산 것을 취소할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을 누르는 심술궂은 소리가 있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내내 아르바이트 하고 그 돈으로 어머니께 생활비도 보탰으니, 나도 어쩌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지. 무엇엔가 단단히 어깃장을 놓는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 백화점 봉투를 그대로 들고 막 집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도 바로 직전에 퇴근해 오셨는지, 양복을 벗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양복 안에 입은 옷이, 제가 구겨 버리다 시피하면서 이런 건 요즘 아무도 안 입는다고 했던 바로 그 옷이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쓰라리고 눈물까지 핑 돌았습니다. 자신이 누구에게 화가 나 있었는지도 또렷이 보였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어머니께 면박을 주었던 자신에게, 내심 화가 났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모른 체 하느라 괜히 비싼 옷을 사고, 후회하면서도 당당한 척 애를 썼던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부모님이며 자신이며 온 가족이 다 함께 정말 애쓰면서 사는데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화가 났던 것이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11월 19일 방송>a.
2. 우리 시대를 슬프게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습니다만, 어쩌면 가장 큰 슬픔은 가정의 해체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전쟁과 질병 그리고 배고픔도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만, 가정의 해체는 더욱 더 신중해야 하고 기를 써서 막아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이 문제는 적지 않은 사회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성경을 가장 철저하게 지킨다고 자부하는 바리새인들이 주님이 이혼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을 물어온 것입니다. 그들은 모세가 이혼증서를 쓸 경우 허락했다는 점을 들고서 말입니다. 우리 주님은 모세의 이혼증서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일부다처를 따르는 아랍세계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쪽은 언제나 남성이었고, 증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에 어떤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계셨다는 말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되었고, 부당한 거래였다고 말입니다. 지금도 이혼은 인간의 탐욕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증거일 것입니다. 물건에 대한 탐욕과 사람에 대한 탐욕을 분리해 놓은 전통교회들의 십계명 분류에 동의하는 까닭입니다. 가정을 파괴하는 것 못지않게, 탐욕의 노예로 전락할 때 어떤 슬픔이 오는지 말입니다. 우리 주님은 이혼을 반대하십니다. 저 역시 이혼 상담을 할 때가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 속에서 사는 경우만 아니라면, 처음 사랑을 기억하며 노력해 보라고 권고합니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리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더 이상 짐승이 되려말고 사람으로 살아가라고 부탁도 합니다. 다른 것처럼 최선을 다할 일인 때문입니다.
3. 사순절의 첫날 성회 수요일입니다. "그대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 오늘 기억할 말씀입니다. 보스턴의 묵상식구 신용우 박사께서 묵상자료 이용에 관해 문의해 오셨습니다. 대답은 “마음대로 사용하시오.”입니다. 그동안 묵상 식구들 중에서 몇 분들이 설교나 강의에 사용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언제나 가능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