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 가까이 서 있는 사람. / 막 12:28-34.
묵상자료 4299호 (2013. 2. 22. 금요일).
시편 시 73:15-19.
찬송 41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 아닌 밀리에르 주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밀리에르 주교는 국가로부터 받는 15,000프랑의 주교 봉급과, 또 부자들에게서 받은 헌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는데요. 가장 훌륭한 재산은 주님께 감사드리는 위로받은 불행한 사람들의 영혼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불행한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나 너그러웠지요. 밀리에르 주교는 말합니다. “여자와 어린이와 하인과 약한 자와 가난한 자와 무지한 자의 과실은, 모두 남편과 어버이와 주인과 강한 자와 부자와 학문 있는 자의 탓이다. 사회는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암흑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의 영혼에 그늘이 가득 차 있게 되면 거기에서 죄가 이루어진다. 죄인은 죄를 저지른 자가 아니라, 그의 영혼 속에 그늘을 만들어 준 자이다.” 빅토르 위고가 이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의도가 정확히 담긴 구절이기도 합니다. 밀리에르 주교는 <레 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에게 베푸느라고 늘 빈궁한 처지를 면치 못했는데요. 딱 한 가지 사치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섯 벌의 은그릇과 두 개의 커다란 은촛대였지요. 귀한 손님을 초대했을 때, 그 은그릇을 식탁위에 늘어놓고, 음식은 소박하지만 기분만큼을 좋게 해 주었는데요. 장발장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장발장이 자발적으로 보여준 노란 색 통행증을 보고서도 말이지요.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장발장, 석방된 죄수, 19년 동안 징역살이를 했음, 주택 침입 절도죄로 5년, 네 번의 탈옥 기도로 14년, 굉장히 위험한 자.” 그렇습니다.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절도 뿐 아니라, 주택 침입한 죄로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빵을 훔치기 위해서 빵가게의 유리창을 깼기 때문입니다. 또 감옥에 있으면 굶주릴 조카들 때문에 탈옥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서 19년까지 형기가 늘어났고, 장발장의 가슴에는 증오심만 가득 찼습니다. 그러니 석방 후의 장발장은 정말로 노란 색 통행증에 쓰여진 대로,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밀리에르 주교에게는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일 뿐이었지요. 그래서 자신의 유일한 사치품을 몽땅 도둑맞고도, 오히려 두 개의 은촛대를 더 내 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 형제인 장발장, 당신은 이제 악에 사는 게 아니라, 선에 사는 것이오. 나는 당신을 위해 당신의 영혼을 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파멸의 정신에서 끌어내어 하나님께 바칩니다.” 장발장은 큰 충격을 받고서, 차라리 헌병들에게 붙잡혀 유치장에 들어갔던 편이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인간의 호의에 마음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요동쳤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에서는 그렇게 곧장 새롭게 태어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요. 원작에서는 한 가지 사건이 더해집니다. 그가 덤불 그늘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한 열 살 쯤 된 귀여운 소년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오솔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손에는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동전이 있었고, 거기에 40수짜리 은화 한 닢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40수짜리 동전이 떨러져서 하필 장발장이 앉아 있는 데로 굴러갔습니다. 장발장은 어떻게 했을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1월 8일 방송>
2. 마음을 시원하게 보여 줄 수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그 마음을 물건으로 표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물건으로 그 마음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한 서기관이 등장해서 질문합니다. 그는 진심으로 예수님께 답을 얻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은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니이까?” 이었습니다. 주님의 대답은 신 6:4을 인용하는 것이었는데,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고 말입니다. 그러자 그 서기관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과 기타 제물보다 나으니이다.” 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네가 하나님의 나라에 멀지 않도다.”라고 칭찬하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 십계명의 요약이고, 신앙생활의 요체(要諦)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무엇이 사랑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의 행위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거짓 없는 사랑, 성실한 사랑, 최선을 다하는 사랑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성경말씀 그대로, 마음과 목숨과 뜻과 힘을 다한 사랑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손을 내밀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질문해야 하겠습니다. 과연 나는 마음을 다해서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가? 라고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손을 내밀 때에도 이건 마음으로 하는 사랑의 표현일까?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