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3. 사순절 셋째 주일]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 / 출 3:1-8, 10-15.
묵상자료 4308호.
시편 시 75:1-3.
찬송 24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대부분은 따뜻한 땅 속이나 굴속을 찾아듭니다. 그런데요. 유독 청개구리만 추운 나무에서 겨울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로지 심장만 뛰고 있을 뿐, 온 몸은 냉동상태인 데요. 체온이 내려갈수록 에너지 소모가 줄기 때문에, 몸에 비축한 양분을 적게 쓰면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겁니다. 따뜻한 곳을 찾기 보다는, 오히려 추운 겨울과 한 몸이 돼서 꽁꽁 언 채 오래 버티는 법을 터득한 청개구리. 얘기속의 청개구리는 웃음거리였지만, 그 처절한 생존 방식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가장 치열하게 겨울을 견디는 세상의 모든 청개구리들에게, 올 겨울이 너무 혹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이 일찍 왔으면 좋겠어요. <KBS FM 1, 풍류마을, 2012년 11월 20일 방송>
2. 사순절 셋째 주일입니다. 주님이 십자가에 고난당하심과 함께 이 세상에 가득 찬 고난의 의미를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오늘 구약 본문은 미디안 광야의 한 목자 모세를 소명하시는 일화가 나옵니다. 모세의 일화를 통해서 우리들의 삶에 담긴 소명의 의미가 무엇인가 묵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소명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1-8절).
소명이란 하나님이 부르셨다고 하는 자각을 말합니다. 모세의 소명을 봅시다. 그는 왕자로 지낸 40년도 아니고, 미디안 광야에서 40년간 목자로 지내던 시절에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습니다. 시련과 고통의 순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었다는 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더 이상 희망도 미래도 꿈조차 꿀 수 없는 절망의 시절에, 하나님의 부르심이 명료하게 들려왔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기대와 가능성이 다 사라져 버린 그 때 하나님의 음성이 제대로 들렸다는 말입니다. 소명에 대해서 오해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소명과 다르게 헛된 일에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곤 합니다. 심리학에서 <자발적 본능>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자신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자신의 본능이 자발적으로 발휘되는 그 일에 소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 능동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소명이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10-15절).
이 세상은 하나님의 나라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하나님의 일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자주 잊어버리곤 합니다. 하나님과 무관한 나라이고 하나님과 무관한 일들로 생각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돌보고 일정한 일터에서 일을 하는 것이 큰 틀에서 보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불러서 이스라엘을 애급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게 하는 임무를 맡기신 것입니다. 한 개인의 양떼를 돌보는 목자에서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 부르신 것입니다. 엄청난 출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사실은 하나님의 일을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소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정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그런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 그런 청지기 정신, 그런 만인사제직의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는 동일하다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요 9:4).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축복이며 은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하루하루의 삶을 짊어지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오늘의 짐을 잘 짊어지게 해 주옵소서!”(마 6:34) 라고 말입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할 것은 같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일로 믿고 일하는 것입니다. 빵을 굽든 채소를 가꾸든, 아니면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든, 그 일이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이라는 자세로 일해야 하겠습니다. 둘째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일 자체도 그렇지만 그 일에 관계된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일하자는 것입니다. 셋째는 정성을 다해서 일하자는 것입니다. 요즘은 최선을 다해서 살자는 말을 하는데,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정성을 다할 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좋은 열매를 허락하실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