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5. 부활절 여섯째 주일] 사람을 신으로 섬기는 시대. / 행 14:8-18.
묵상자료 4371호.
시편 시 89:15-18.
찬송 44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린 시절에 접종받은 백신의 항체를 평생 간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지나면 백신의 항체가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매번 같은 말에 상처받고 똑 같은 상황에 좌절한다고 해도, 자기 자신을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백신의 지속력이 사람에 따라 다르듯이, 나쁜 일은 다시 한 번 경험한다고 해도 쉽게 항체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말이지요. 어쩌면 어떤 일도 묵묵히 견디는 인생의 선배들은, 특별한 상황을 견디는 노하우가 있다기 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딱딱한 굳은살이 이미 박여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받은 나를 미워하는 대신, 예방접종을 견딘 아이를 다루듯, 스스로의 어리광을 마음껏 받아들이는 저녁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13년 2월 6일 방송>
2. 어린이 날입니다. 그들이 한 인간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기초를 닦아주는 일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나바와 바울이 소 아시아 지방에서 선교하던 일화로, 마침 날 때부터 앉은뱅이인 사람이 있었고, 그의 간절함을 보고 “네 발로 일어서라!” 고 명령하자, 그가 뛰고 걸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神을 섬기고 싶어 하는 시대입니다(8-13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신을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날 때부터 소경이 말씀 한 마디로 일어나, 뛸 수 있게 되자, 루스드라 사람들은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우리 가운데 내려 오셨다.”고 외치면서 바나바는 <쓰스>라 하고, 바울은 <허메>라 하며, 신의 이름을 주었고,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가지고 와서 제사를 지내려고 했습니다. 살아 있는 인간을 신으로 섬기려고 한 것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무엇 때문입니까? 기적 사건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미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신이 자신들 곁에 있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멀리 있는 보이지 않는 신보다는, 가까이 옆에 있어서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신을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우상이 생겨나는 배경입니다.
무엇 때문에 神을 찾는 것일까요?(14-18절).
루스드라 사람들은 왜 바울과 바나바를 신의 자리에 앉히고 싶었을까요? 전무후무한 기적사건을 일으킨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그들은 수많은 불가능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때문입니다. 가난과 질병의 문제는 해답이 보이지 않고, 잘못된 제도와 인습의 벽은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초대 교회 시대만이 아니라,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불가능의 장벽은 하늘 높이 쳐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인간 밖이나 안이나 산적해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세상에 신이 나타나서 뚝딱 문제를 해결한다면, 얼마나 신나고 기쁠까요? 자신과 또는 이웃과의 관계도 나빠질 대로 나빠져서 우울증이나 정신 분열증 환자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문제들 한 복판에 나타나서 단번에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우리의 신앙도 이 때문입니까?
하나님은 하나님의 자리에 모셔야 합니다(시 121:1-2).
우상과 신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우상은 사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이 만든 신이지만, 신은 누구의 명령이나 간섭 없이 당신 자신의 뜻대로 행하시는 자존자(自存者)이십니다. 그러므로 우상을 대하는 자세와 신을 대하는 자세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우상에게는 마음대로 구해도 무방하지만, 신에게는 신의 뜻대로 되기를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의 자리에 모시는 일이 신앙하는 자세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하며, 하나님을 최상으로 여겨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랑하라는 명령을 듣기만 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금 세상은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 말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의 자리에 모시는 일, 그것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