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누룩과 같다. / 눅 13:18-30.
묵상자료 4395호 (2013. 5. 29. 수요일).
시편 시 94:11-13.
찬송 22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5cm의 가느다란 줄이 땅으로부터 50cm 위의 허공에 팽팽하게 걸려 있습니다. 처음에는 줄을 타기는커녕, 그 줄 위에 올라서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오르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다시 오르고, 또 다시 떨어지고 또 오르고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줄 위에 균형을 잡고 설 수 있게 되면, 금방 걸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내 디디려는 찰라 다시 균형을 잃고 떨어졌습니다. 고작 한 걸음입니다. 그 한 걸음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그 한걸음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줄 위에 서 있는 동안 불과 50cm 아래 땅에서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모두 잡념에 불과했습니다. 단 1초라도 그 잡념에 사로잡히면 곧장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친구가 농담을 던집니다. 그렇게 해서 언제 자유자재로 줄을 타는 곡예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답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데도 즐거웠습니다. 줄 위에 서지도 못했는데 설 수 있고, 한 걸음도 못 갈 줄 알았는데, 갈 수 있어서.
오직 한 걸음만 앞으로 나아갈 뿐, 한 걸음 너머에 있는 걸음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오직 한 걸음만 바라볼 뿐, 멀리는 보지 못합니다. 떨어질까 봐 아래를 내려다보지도 못합니다. 가만히 웅크린 채 멈추어서 서 있으려고 하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춤을 추듯 균형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갑니다. 그 위태로운 한 걸음 한 걸음이, 나를 만들어 갑니다. 그렇게 나는 나를 향해 나아갑니다. 끝이 있을지 없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허공에 줄을 타고서.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5월 16일 방송>
2. 오늘 본문은 여러 가지 비유들이 모여 있는데, 한 번에 하신 말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벅찬 내용입니다. 아마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하신 말씀들을 편집할 때 묶어 놓았을 것입니다. 겨자씨 비유나(18-19절), 누룩 비유(20-21절), 그리고 좁은 문 비유(22-30절)은 따로따로 묵상할만한 주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좁은 문 비유는 평행귀인 마태복음과 비교할 때(마 7:13-14), 분명 다른 자료들이 첨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가복음서가 마태복음서 보다 후대에 기록되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누룩 비유를 묵상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누룩에 비유하는 말씀입니다. 요즘 또 천국을 보았다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한 심리학자의 책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천국에 대해서 제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확인해 줄만큼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 계시록을 해석할 때, 역사적 해석(In that history view)을 경계하는 까닭은 천국이란 우리들이 표현하는 현실적인 개념으로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국은 오직 상징으로써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천국은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나 관념으로써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되는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천국을 가장 유사한 빗대는 말로만 말할 수 있기에 주님께서 비유라는 표현방법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서는 천국을 누룩과 같은 곳이라고 말씀합니다. 누룩은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그 능력은 너무 엄청난 것이어서 가히 천국을 말할 때 사용할 만 하다는 것입니다. 작은 누룩이 가루 서 말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듯, 천국을 위한 삶이나 천국을 위한 헌신의 결과는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열매 맺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만, 반드시 누룩의 변화시키는 힘을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천국을 희망하며 우리는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 위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