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믿음의 또 다른 역할. / 눅 17:11-19.

박성완 2019. 5. 21. 03:06

묵상자료 4408(2013. 6. 11. 화요일).

시편 시 98:4-6.

찬송 43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잠들기 전에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 저절로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됩니다. 낮에 저지른 실수가 떠올랐습니다. “늘 하던 일인데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참 한심합니다.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부장님은 사람들이 다 보는 데서, 굳이 그렇게까지 큰 소리로 잘못을 지적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봤을까? 다른 사람들도 그래. 감싸주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내 눈을 피하는 건 뭐람.” 마치 실수나 불운이 전염될 거라도 할 것처럼 말이요.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반성을 똑 바로 하기는커녕,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런 상태로 10년 후의 나의 상태를 그려보자니 캄캄하기만 합니다.

   아침에 생각하고 낮에는 행동하며 밤에는 반성하면, 인생의 고뇌가 적어질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반성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지고,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 느껴질 때, 그럴 땐 반성하지 말라고 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어요. “이렇게 되는 까닭은 당신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피로해 젖어 지쳐있을 때, 냉정히 반성하기란 결코 불가능하기에. 그 반성은 필연적으로 우울이라는 덫에 걸려 들 수밖에 없다. 지쳤을 때는 반성하는 것도, 되돌아보는 것도, 일기를 쓰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쳐 있을 땐 반성대신 무엇을 해야 될까요? 그저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합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잠을 자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잠에서 깨어난 후에는 새로운 기운으로 충만해져 있을 테니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531일 방송>

 

2. 치유 기적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나병(한센씨병)은 후진국 병이라고 하는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불치병으로 천형(天刑)처럼 취급되던 병을 고치셨으니 말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열 문둥병자는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멀리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목청을 높여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고 말입니다. 레위기 13장은 나환자에 대해서 제사장들의 역할이 기술되어 있는데, 나병인지 아닌지를 판명하는 것에서부터, 나병에서 나았는지 여부를 확진하는 역할이 그것들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나환자들에게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라고 말한 것은, 나병이 나았는지를 확인 받으라는 뜻이라고 할 때, 그들은 이미 고쳐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본문의 하일라잇은 제사장을 찾아 만나기도 전에, 병이 나은 것을 알고 돌아온 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 사마리아 사람은 예수님 발아래 엎드려서 감사의 말씀을 드렸고, 이를 보신 주님은 다른 아홉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사마리아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고 선포하십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사마리아인은 상종도 하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삶을 죽음에서 삶으로 바꾸어놓은 주님께 진심으로 엎드려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그에게 주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다시금 믿음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믿음의 또 다른 역할이 있음을 눈뜨게 하는 대목이니까 말입니다. 그것은 제사장에게 네 몸을 보이라는 말씀대로 따르는 것 뿐 아니라, 자신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은총에 주저함 없이 감사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과연 우리는 말씀대로 따르는 믿음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들 삶에 넘치도록 충만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진심을 다해 엎드려 감사하고 있는가? 조용히 물어봐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