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상상하는 것 조차도 멈추시길. / 눅 20:27-40.
묵상자료 4423호 (2013. 6. 26. 수요일).
시편 시 103:12-15.
찬송 22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듣고 돌아서서 마음이 상할 때면,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아닐까요? 도대체 저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그 때부터 그 무슨 의도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기분은 상한 상태라서 좋게 해석하기 힘듭니다. 내가 저 사람한테 뭘 잘못 보였을까? 괜히 대놓고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물어봤다가, 사이나 틀어지는 건 아닐까? 나에 대해서 오해가 있는 걸까? 도대체 무슨 의도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잘못된 건 그 사람도 나도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있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믿는 사람이라면, 기분은 비록 조금 상할지 몰라도, “그래, 나한테 도움이 되라고 그런 말 했겠지.” 하고 말테니까요. 한 마디의 말을 여러 갈래로 해석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은 내가 진심으로 믿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결국 둘 사이에 쌓인 신뢰가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풀어야 할 것은 말 속에 숨은 의도가 아니라, 나와 그 사람의 관계. 그 관계부터 풀고 나면 막상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별다른 의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 때부터는 대화도 훨씬 수월하게 풀리고, 의외로 잘 통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지도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6월 11일 방송>
2. 사실 오늘 본문을 읽고 당황했습니다. 며칠 전 준비한 자료가 같은 주제의 말씀인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설교 자료들을 검색해 보니까, 내년도(2014년도) 가정 예배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에 보낸 원고 내용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은 많이 가볍습니다. 유대인들 가운데서 사두개인이라는 사람들은 부활도 부정하고 천국도 부정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모세가 전해 준 수혼법(受婚法-Levite Law/신 25:5-10)을 그대로 믿는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수혼법은 모세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모세 이전부터 아랍문화권에 널리 통용되는 법인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아랍 문화권에서는 사용되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본문에서 언급하듯 형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게 되면, 그의 후사(後事)를 잇기 위해서 바로 밑의 동생이 형수와 관계를 맺어 아들을 낳아주는 법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형수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일곱 형제가 그 한 형수와 관계를 맺었지만, 결국 아들을 얻을 수 없게 되었고, 그들은 모두 죽어 천국이란 곳을 갔을 때 그 여인은 누구의 아내노릇을 할 것이냐는, 그들로써는 현실적인 매우 중요한 질문을 한 것입니다.
주님은 천국의 새로운 질서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천국에서는 시집 장가가는 일이 없으니, 땅의 질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말입니다. 부부가 생길 수 없으니, 가정이라는 개념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말입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교육 제도며 정치 사회 경제 제도가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천국을 상상하는 일도 멈춰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인 세계가 될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땅의 질서를 연결 짓는 해석을 반대합니다. 오직 한 가지, 주님께서 다스리시고 주관하는 것에 맡길 뿐입니다. 눈물도 한숨도 아픔도 없는 나라, 그러나 그냥 뒹굴며 노는 나라가 아니라, 즐겁고 보람 있고 아름다운 나라라고 만 상상합니다. 주님께 맡기는 걸 여기서도 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사나 죽으나.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