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오바고에서도 복음의 열매는 있었습니다. / 행 17:16-34.
묵상자료 4468호 (2013. 8. 10. 토요일).
시편 시 109:14-20.
찬송 25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엔, 집에서 밥을 해 먹기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대형 마트의 푸드코트(Food court)에 갔다가 식사중인 노부부를 봤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밥을 먹을 때 말이 없으면 부부고, 시종 대화가 많으면 연인이라고 하는데, 그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부부는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각자 식기를 반납하고 역시 말없이 함께 푸드 코트를 나섰습니다. 그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봤습니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산책하는 뒷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그 분들이 그러셨습니다. 비록 말은 없어도 발걸음은 느려도, 다정하게 손을 마주 잡고 같은 길을 천천히 걸어가셨습니다.
“제품의 초기 사용 시와 갈수록 많이 달라질 수 있으나, 그렇다고 고장은 아닙니다. 반품이나 환불은 불가하니, 고장 시에는 고쳐서 사용하십시오.” 인터넷에 떠도는 <남편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의 글에 나오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어디 남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일까요? 아내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결혼한 후에 갈수록 달라지는 모습에, 혹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남몰래 속을 태운 적도 있었을 테고,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칠 수는 있는지, 또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 소모한 세월도 적지 않았겠지요. 어디 가서 밥 먹을 때도 남편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을지도 모르고, 어디 길을 갈 때도 남편이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걷느라, 아내는 늘 허겁지겁 숨이 가빴을지도 모릅니다. 구름과 강처럼, 다른 곳에서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런 둘이 만나 한 길을 갑니다. 구름은 강에 깃들고, 강은 구름을 비춰봅니다. 구름이 강을 닮아간 것도 아니고, 강이 구름을 닮아간 것도 아닙니다. 둘이 만나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길을 찾아갑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7월 19일 방송>
2. 아덴(아테네)에 도착한 바울은 언제나 하던 방식으로 회당에서 그리고 길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에피큐로스 철학자(쾌락을 인생의 목표로 가르치는 학파)와 스토아 철학자(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 이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학파)를 만나게 되어, 강제로 아레오바고로 안내 됩니다. 그곳은 새로운 철학이론을 공개 토론하는 장소로, 바울은 그곳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바울은 그곳 철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알지 못하는 신>을 주제로 얘기를 풀어갑니다. 제가 아침 산책을 하는 응봉팔각정에는 열심히 운동하시는 팔순쯤 돼보이는 어른이 계시는데, 꼭 떠날 때는 땅 바닥에 한문 경구 한 수를 쓰십니다. 어제 아침의 경구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이었습니다. 하늘을 공경한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막연하지만 절대자에 대한 경외심이 아닐까요? 여전히 아덴의 철학자들에게나 동양의 사람들에게 신비에 쌓인 알지 못하는 신, 혹은 막연한 절대자란, 다름 아닌 천지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이심을 사도는 증거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은 사람이 만든 신전 안에 갇혀 있는 분도 아니고, 금이나 은 그리고 돌에 새길 수 있는 분도 아니고, 사람이 섬겨야만 존재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주시는 분이라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그 하나님은 우리들 인간을 살게 하는 인간의 주인이 되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는 이 하나님을 모르고 살 때는 그 무지를 눈 감아 주실 수 있으나, 이제는 그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회개/원어인 메타노이아는 제자리로 돌아옴을 뜻함) 설교합니다. 까닭은 하나님은 반드시 공의로 심판하시는 분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구주를 보내시고 만민의 죄를 속죄하는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으나, 다시 살리심으로 그 심판의 확실함을 알게 하셨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아레오바고에 모인 철학자들은 죽은 자의 부활을 듣자 엉터리라며 비웃는 사람도 있었고, 다시 더 얘기해 보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씨가 떨어지자 믿는 자들이 생겨났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관원 디오누시오와 다마리라가 그들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