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목할 것은. / 막 14:43-52.
묵상자료 4489호 (2013. 8. 31. 토요일).
시편 시 116:12-15.
찬송 13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름휴가를 받은 동료에게 어디로 갈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밥도 안 해 먹고, 청소도 안하고, 정말 아무 것도 안 할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고 다를 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이틀뿐이고, 이건 일주일이니까 다르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일주일을 보내는 것도 쉽지는 않을 텐데 하면서도, 동료가 일상의 삶에 얼마나 지쳐있는지 느낄 수 있었지요.
“인생이 여름휴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럽인들이 곧잘 하는 비유입니다. 시간을 지킬 필요가 없고, 배고플 때 밥 먹고, 잠이 올 때 잠자고, 일상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여름의 한 낮처럼 느리고 천천히, 그러나 찬란하게 흘러갑니다. 그 시간 속에서 썩지도 않는 불량식품처럼, 내 안에 쌓여 있던 잡다한 것들은 버리고, 나의 욕망조차 다독여 내려놓고, 그렇게 텅 비워놓습니다. 이렇게 보내는 동안 가장 좋은 친구는, 나의 영혼입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해 주지 못했던 나의 영혼은, 나에게 많은 말들, 대부분은 내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입니다. 그 속삭임에 귀를 기우리면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새롭게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 집니다. 그러나 이런 만남에도 계기는 필요하고, 그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장소는, 아무래도 위대한 예술작품 앞이거나, 혹은 자연인 것 같습니다.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요,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지난 토요일이나 일요일의 연장선 같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리고 내년에도 또 즐거운 앞으로 1년 열심히 살아봐야 하겠다, 의욕을 샘솟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8월 2일 방송>
2. 배신자 유다를 앞세운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의 사병들이 강도를 잡듯 기도하고 계시는 주님을 잡아가는 장면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도망가는 제자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도망가는 제자들 중의 한 사람, 벗은 몸으로 도망갔다는 장면에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한얼산 기도원이며, 부산 금정산 70인 바위에서의 금요 철야기도회를 떠올렸습니다. 그 때 저는 적지 않은 분들이 홑이불을 깔거나 덮고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그런 모습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산 기도를 하실 때, 제자들 중에는 아예 홑이불을 챙겼던 이들도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젊은 제자는 알몸에 홑이불을 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낯선 행태라서 말입니다.
우선 이 젊은 청년이 누구냐는 물음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마가복음서의 저자인 요한 마가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이름을 적시(摘示)하지 않고서 한 청년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완전히 버림을 받으셨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의 행적을 들춰내고 있다는 이론입니다. 특히 홑이불이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홑이불로 쓰인 헬라어는 삼베를 가리키는 말인데, 삼베옷은 대게 시신을 염할 때 사용되거나(막 15:46), 유대의 부자들은 이것으로 잠옷이나 겉옷을 만들어 입곤 하였다는 것입니다. 요한 마가는 예루살렘 사람으로 상당한 부를 누렸던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홑이불과 알몸이 주목받을 게 아니라, 철저하게 배신한 제자들과 철저하게 버림받은 주님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혹시 지금 그런 외로움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실 그 분께 인사를 나눠보시지요.
3. 오는 9월 11일은 묵상자료 4,500회가 되는 날입니다. 수요일이어서 하루 늦춰 12일(목) 12시에 자축회를 준비 중입니다. 장소는 한남동 입구에 있는 국제루터교회 옆 <풀 향기/02-796-3490>로 주차장은 교회입니다(무료). 예약을 위해서 참석여부를 9월 2일까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