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바보가 되어야 지혜에 이를 수 있습니다. / 고전 3:16-23.

박성완 2019. 5. 24. 01:04

묵상자료 4509(2013. 9. 20. 금요일).

시편 시 119:41-44.

찬송 2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명절 때,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이면 피하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취업하기 전에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거?” 결혼하기 전에는 넌 언제 결혼할 거냐?” 하십니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면, 더 이상 그런 추궁 비슷한 질문은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혼을 하면 애는 언제 낳을 것이냐?” 하시고, 첫 애를 낳은 후에는 둘째도 낳아야지”, 하십니다. 우스갯소리 같아도 당사자로써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입니다. 어르신들이 바라는 변화가 없어서, 해마다 같은 문답이 되풀이 되면,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자리가 돼 버립니다. 이런 관심에 대해 푸념했을 때,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친척 간에 그 정도 관심은 당연한 거지. 너한테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고맙게 알아라. 평생 그럴 줄 아니?”

   관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랜만에 만났는데, 딱히 하실 말씀이 없어서 무난한 질문을 하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그것이 어쩌면 정말 관심이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한 건, 많은 타인들을 만나면서 부터입니다. 세상에는 상대에게 아무런 호기심도 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만나서 할 일만 하고 할 말만 하고 뿔뿔이 흩어집니다. 사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대의 사생활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 않는 건,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그제야 너한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어머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아무런 스스럼없이 관심을 표하며 질문하는 사람은, 우리가 서로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 어떻게 답하는지 귀를 기우리며, 좋은 소식엔 함께 웃고 기뻐하고, 그렇지 못한 소식에는 걱정하며 대책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그랬던 친척 어르신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한 분 두 분 떠나시고, 허전하게 비워진 자리를 문득 깨닫는 것도, 이맘 때 명절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918일 방송>

 

2. 지금은 맛이 간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때는 목사 안수식에서 단골 축사자 혹은 권면자로 활약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축사 혹은 권면에서 가장 많이 얘기했던 주제는 <바보 론>이었습니다. 간략하면 바보 목사가 되면 성공한 거다.” 라는. 바보라는 말은 잘난 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니,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겸손할 수 있을 것이고, 스스로 바보라고 믿으니, 더욱 열심히 배우려 할 것이고, 무엇보다 바보라고 생각하니 모든 사람들을 높이며 섬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목사만 되면 교만하고,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사람이 되고, 언제나 상석을 차지하려 하니, 멈춰서는 안 될 주제가 되었습니다. 사도 역시 이런 바보 론을 주창한(18) 선구자라는 점에서 고개가 숙여집니다.

사도가 말하는 바보 론, 하나님의 지혜에 비교할 수 없는 세상 지혜를 말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기라거나, 공자 앞에서 문자 쓰기라고 하겠습니다. 대학 교단에서 25년을, 베델 강습회 강사로 만 20년이 된 경험에 비춰보면, 적어도 공부를 하러 온 학생의 처지라면, 귀담아 듣는 자세라도 가져야 하는데, 연필 한 번 잡지 않고 화성과 금성을 오가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마음에서 밀어내기에 바쁩니다.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사람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에도 처음 듣는 사람처럼 즐겁게 조우합니다. 누가 지혜로운 사람인가는 여러분이 판단할 몫입니다. 저는 예배학을 가르칠 때마다, 늘 질문하라고 주문합니다. 예배 순서 하나하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이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왜 찬송을 하는가? 왜 기도를 하며,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이지? 하고 말입니다. 바보처럼 질문할 수 있다면,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3. 여러 분이 걱정해 주시는 가운데 도봉산 정상은 예상 시간보다 40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도중에 2차례나 점심을 먹느라 지체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약 2시간가량 만장봉 밑에서 독서를 한 것입니다. 풀러 신학교 총장을 역임하신 맥걸로우의 [내가 만든 하나님]인데, 여러 번 읽을 만한 책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