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없는 떡으로. / 고전 5:1-8.
묵상자료 4513호 (2013. 9. 24. 화요일).
시편 시 119:57-60.
찬송 30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전화 밸이 울렸습니다. 신랑이었는데, 화가 잔뜩 나 얼굴이었습니다. 문이 안 열린다는 겁니다. 막연히 설마 했더니 정말로 벌어진 겁니다. 아침에 그 귀찮은 일을 알아서 해결하겠다 했는데도 말렸으니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 설사 있다 해도 당장은 변명이 아니라, 집에 어떻게 들어갈지가 문제입니다. 한편으론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고, 또 문제 해결에 마음이 너무 급했던 걸까요? 전화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순간 발이 미끄러집니다. 높은 굽의 구두가 벗겨지면서 두 계단쯤 굴러 떨어졌지요. 주위 사람들 비명에, 아픈 것 보다 창피한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방심과 안일에 한꺼번에 당하는 날, 이런 생각도 얼른 스쳤지요. 다음 날 옥신거리는 통증으로 병원엘 가니, 다행이 타박상 정도의 상처뿐이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픈데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나서면서 크게 깨우치고 반성했지요. 상투적인 표어에나 어울릴 것 같은 방심이나 안일이 때로 얼마나 현실적인 위험한 사고가 되는지, 잘못하면 얼마나 크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지, 진심으로 크게 반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언제나 무슨 일에나 빠르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신랑의 일상에 대처하는 태도도 제대로 배운 하루였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3년 7월 1일 방송>b.
2. 교회가 세상과 얼마나 다를까?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절망에 빠진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계모를 범 한 사람에 대한 탄식이 사도의 편지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오히려 세상보다 더한 짓이라고 사도는 꾸짖고 있습니다. 다시 질문을 고쳐봅니다. 교회가 세상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같은 것은 같은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점이란 무엇입니까? 새롭게 출발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교회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 사람이 아닌 게 아닙니다. 교회만 떠나면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원래의 세상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똑 같은 사람이 세상과 교회를 왔다 갔다 할 뿐입니다. 이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사도는 문제를 발견한 사람입니다. 세상은 온통 성도착증에 감염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영화나 연극만이 아니라, 실제로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들이 유혹하듯 거리를 활보하며, 청소년, 젊은이, 아니 노인들까지를 망라해서, 그들의 본능적 욕구를 흔들고 시험합니다. 그러면서 윤리적 욕구에 충실하라고 요구합니다. 지하철이나 거리 한 복판에서도 사람들의 애정표현은 갈수록 대담해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교회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서처럼 행동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세상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는 한, 교회 안에서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얘기합니다. 교회가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내쫓으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교회도 살고 그 당사자도 사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교회의 자정능력을 발휘하라고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문제를 감추려고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공포하고 치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사도는 “누룩 없는 떡”으로써 교회를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세상 사람들이 교회 안을 채우고 있지만, 정숙하고 단정한 자세로 세상에서나 교회에서나 살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