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아디아포라를 아십니까? / 고전 8:1-13.

박성완 2019. 5. 25. 02:57

묵상자료 4521(2013. 10. 2. 수요일).

시편 시 119:93-96.

찬송 20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문단의 원로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책을 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 지면에 등장하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볼 때, 그렇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자신이 낸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는 작가라면, 그 스트레스는 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작가라면, 아마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 소설의 질은 독자가 판단해 준다는 등, 겸손치 못한 발언을 하는 걸 들으면, 특히 더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많이 팔리는 소설이 양질이라는 발언은, 마치 소설이 라면이나 껌 따위의 상품과 다름없다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신의 소신과 관계없이, 안 팔리는 책의 작가는 그 바닥을 떠나지 않는 한, 평생 스트레스 속에 살게 될 겁니다.

   그 스트레스의 정체는 어쩌면 질투일지 모릅니다. 안 팔리는 책을 쓰는 재능 있는 작가의 잘 팔리는 책을 쓰는 재능 없는 작가에 대한 질투 같은 것 말이지요. 대부분 질투란 옆에서 부채질 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불처럼 타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질투는 무지이고 모방은 파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스스로의 성찰과 행동에 따라 변할 뿐, 다른 사람의 평가나 의견이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질투도, 질투로 인한 모방도, 스스로를 망칠 뿐이지요. 그럼에도 질투라는 감정은, 이성으로 다스리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김원일 작가는 그럴 때, 세잔의 말년이나 또 피카소가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완성한 그 이후를 생각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합니다. 당대의 대중 사회에서 너무 앞섰다고 해서, 훗날 모두 인정받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수는 빛을 보기도 한다고. 그러니 안 팔리는 책의 저자는, 세속적 실효의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야 한다고 말이지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930일 방송>

 

2. 몇 년 전에 안동 하회 마을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그곳 식당에서 헛 제삿밥을 사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집은 할머니 때로부터 교회를 다녀서 이웃집에서도 제사음식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은 제사 음식을 이웃과 나눠먹고 있을 때였는데, 제사 음식을 먹는다면, 우상을 섬기는 일이 된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신학교에 들어와서 주초문제가 뜨겁게 도마 위에서 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덩달아서 제사 음식도 한 몫을 했습니다. 그 때 바로 오늘의 말씀을 만난 것이 얼마나 큰 발견이었는지 모릅니다. 이른바 구원과는 무관한 신앙의 문제를 다룰 때, 이를 신학용어로 아디아포라(adiaphora)라고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는 일 등을 비롯해서 제사 음식을 먹는 일은 오직 건덕에 관계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이런 문제를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인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한편으로는 감사한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의 부끄러운 단계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고린도 지방은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측면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만큼 복잡했습니다. 자연히 우상숭배가 성행하였습니다. 푸줏간에 나오는 소머리나 돼지 머리는 여러 제사상에 올려졌다가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들도 용왕 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잡아온 것들이니 우상 숭배와 무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뿐이겠습니까? 이 세상 안에 있는 모든 생활이라는 것은 우상 숭배와 깊은 연관을 짓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이런 우상숭배로부터 독야청청하려면, 이 세상을 떠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수 조차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런 난제에 둘러싸인 사람들에게 사도는 분명히 말합니다. 우상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첫 번째가 우상 그 자체를 폐기해 버리자는 것입니다. 우상이 무엇입니까? 사람이 만들어 놓은 죽은 신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런 죽은 신에게 제물을 바쳤건 안 바쳤건 그걸 문제 삼을 필요가 무엇이냐고 말입니다. 죽은 신이 무슨 힘이 있어서 우릴 고통스럽게 하겠습니까? 무시해 버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상을 두려워하는 연약한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위험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말입니다. 우상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거짓 신이고 죽은 신입니다. 그러니 신앙 양심을 담대히 가지고 소중한 음식처럼 먹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