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13. 10. 6. 성령강림절 후 스무째 주일] 무익한 종이 되어라. / 눅 17:1-10.

박성완 2019. 5. 25. 03:03

묵상자료 4525.

시편 시 119:109-112.

찬송 48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늘 하늘 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금씩만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하늘은 열리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만에야 참 오랜만에야/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오늘 아침은 이복숙 시인의 <하늘이 보이는 때> 라는 시로 시작을 했는데요. 매일 아침 새롭게 열리는 하늘, 얼마나 자주 쳐다보시나요. 시인의 말처럼 하늘은 마음 메말라 있을 때는 잘 올려다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촉촉한 감성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자주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KBS FM 1, 새아침의 클래식, 201379일 방송>

 

2.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동양의 미덕인 겸손보다는, 서양의 가치인 자기주장을 권장했습니다. 그래서 겸손은 소극적인 자세로, 자기주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평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본문은 성경에서 가장 대표적인 소극적이며 부정적이기까지 한 전형(典型)으로, 하나님 앞에서 무익한 종이 되라 하십니다.

 

믿음은 어떤 사람에게 적합할까요?(5-6).

예나 제나 믿음의 얘기는 신중하게 접근할 주제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깨닫고 주님께 간청합니다.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소서!”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자신들의 믿음이 부족했다는 점과, 믿음은 자신들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으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제자들이 생각했던 믿음에 대해서 새롭게 살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제자들 사이에서 대단한 믿음을 가진 것처럼 우쭐대던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멘 할렐루야를 많이 외치거나,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양, 바람 소리를 내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으로 충분하다고 하십니다. 무슨 말입니까? 무엇이 사도들의 믿음이었으며, 그리고 지금 우리들이 가진 믿음입니까?

 

믿음은 주님을 들어내고, 우리 자신을 숨기는 일입니다(7-9).

주님은 매우 흥미로운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예수님 당시 주인의 일을 맡은 일꾼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입니다. 양을 치는 목자나 논밭을 돌보는 일꾼들이 하루 종일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주인의 식탁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일을 잘 했다고 해서 칭찬을 기대하거나 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 제도에서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만, 믿음을 설명하는 데에는 매우 적절한 비유입니다. 믿음은 그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의 대상이 주목을 받게 하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믿음이란 내가 무엇 무엇을 믿는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하고 귀한 분이신가를 분명하게 나타내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무익한 종이 될 때,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십니다(10).

우리가 사는 인간중심적인 세상에서, 자신을 낮추고 숨기고 뒤로 물러나는 것은 가장 바보짓이며 실패할 지름길로 여깁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과시하고 위로 올라서야만 성공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한국의 개신교회가 바로 이 무서운 병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제일 병이고 최고 병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들어내기 위해서, 철저하게 자신들을 무익한 종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주님의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무익한 종이라는 개념은, 소극적인 의미에서 훨씬 더 후퇴한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자랑할 만한 인생이 있으며, 위대하다고 칭송받을 존재가 있을까요? 오히려 무익한 종이라 고백할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제대로 느껴지고 다가 올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