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사랑으로 사는 게 은사 간수법 / 고전 12:27-13:3.

박성완 2019. 5. 25. 03:09

묵상자료 4531(2013. 10. 12. 토요일).

시편 시 119:153-160.

찬송 37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잠에서 깨지 못해 지각하는, 식은 땀 줄줄 흐르는 경험은, 꿈으로도 충분합니다. 알람시계 두 개는 머리맡에, 한 개는 거실에 놓아둡니다. 한 동료는 잠결에 머리맡에 놓아둔 알람시계를 집어 던졌다고 합니다.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알람시계 한 개는 거실에 놓아둡니다. 저 먼 발치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그 알람을 끄기 위해서라도, 서까래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무쇠팔 무쇠다리 같은 내 사지 육신을 일으켜야 할 것입니다. 이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은, 월요일 아침이면 더욱 극심해 집니다. 가끔은 이런 순간적인 충동을 느끼기도 해요. 오늘 해야 할일을 모두 내 팽개치고,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저질러 버리기. 상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출근 준비를 서두릅니다.

   삶의 대부분을 망명객으로 살았던 독일의 희곡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쓴 <바퀴 갈아 끼우>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는 길 가에 앉아 있고/ 운전기사는 바퀴를 갈아 끼우고 있다/ 내가 떠나온 곳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가야할 곳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바퀴 갈아 끼우는 것을 왜 나는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가왜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그 심정은 회사 출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탔는데, 사고가 났을 때 심정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빨리 사고가 수습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기는, 가야할 곳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매 한가지일 것입니다. 일단 트랙에 오르면 걷든지 달리든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본능입니다. 정 앞으로 갈 수가 없을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트랙에서 내려오는 스스로를 보게 될 것입니다. 본능은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감정을 뛰어넘어, 우리를 이끌고 갑니다. 그러니 때로는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 같은 문제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보다는 , 본능대로 몸을 따라가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설령 그 본능의 실체가 의무나 책임이라고 할지 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 사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삶에 깊은 연민과 함께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107일 방송>

 

2. 교회의 지체로써 우리가 받은 은사가 무엇이든지, 그 은사에 더해야 할, 어쩌면 그 은사의 속성이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읽었습니다. 신입생 선발 구두시험이란 게 있었습니다. 제게 한 교수님이 물었습니다. “왜 신학을 공부하려고 하는가?” 저는 주저하지 않고 목사가 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자 다른 교수님이 우리 학교는 목사를 직접 배출하는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가?” 그래서 저는 또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학교가 제게 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흔히 우리는 동기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 해가 흘러서 제가 신입생을 향해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가?” 그런데 수험생은 주저하지 않고 이 학교는 가능성이 많은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장학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어서입니다.” 저는 그 학생을 고려해 보자고 했지만 합격을 시켰습니다.

   사도가 되던, 선지자가 되던, 교사가 되던 병 고치는 사람이 되던 무엇을 하든, 그 마음에 사랑이 넘쳐흘러야 한다는 것이 사도의 경험이고 고백같이 들렸습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 학교 교사든, 옷을 파는 점원이든, 채소를 기르는 농부든 똑 같이 질문할 만한 물음입니다. 그리고 나는 사랑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다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으로 하지 않는 일이란, 두 말할 여지없이 억지이거나 어쩔 수 없어서거나, 마지못해서 등 소극적인 일에서 머무르고 말 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일은 꾸역꾸역 잘 하면서도 늘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분이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옷을 입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왜 그리고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둘러 말합니다. 바꿀 수 없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십시오 라고 말입니다. 기왕 해야 할 일이라면, 적어도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하는 게 그게 바로 은사간수법이라고요.

 

3. 부산 첫날 만찬에 옛 교우들 20여분이 초대해 주셨습니다. 고등학생이던 분들이 벌써 쉰 다섯이라고 했고, 제가 첫 번째로 주례를 했던 분은 판사와 의사로 자녀를 키웠는데, 그 배우자도 판사와 의사를 맞았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이들이 되시길 기도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