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남을 배려하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할 사랑. / 고전 13:4-13.

박성완 2019. 5. 25. 03:12

묵상자료 4533(2013. 10. 14. 월요일).

시편 시 119:169-173.

찬송 3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뻐근하게 조여 옵니. 실체도 없는 누군가가 심장을 밟고 올라가서 누르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 밟히는 것 같습니다. 그 심장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하면, 자존심이 들어있고, 희망이 들어있고, 생명이 들어있습니다. 밟힐 때마다 그 소중한 것들이 납작해져 곧 사라지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우리나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줄기는 없고 잎이 뿌리에서 뭉쳐 나오는, 바로 그 풀입니다. 원래 산속에 살던 질경이가 사람들이 사는 길가로 나온 데에는 그만한 곡절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하도 작고 납작해서, 경쟁자가 많은 산속에서는 번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질경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 바로 밟히기였습니다. 작고 납작하니까 밟히기도 쉬웠습니다. 질경이의 열매는 밟히는 순간 탁 하고 뚜껑을 열어, 씨앗들을 바깥으로 쏟아냅니다. 질경이의 씨앗에는 끈적이는 성분이 있어서, 사람들의 신발이나 자동차의 타이어에 붙어서 멀리까지 퍼져 나갑니다. 만약에 질경이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두렵고, 밟히는 것이 두려워서 산속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혹은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막연한 희망 속주저앉았더라면, 멸종하고 말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질경이는 두려움에 속지 않았고, 막연한 희망에도 속지 않았습니다. 작고 납작한데다 생김새도 보잘 것 없지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에만 오로지 충실했습니다. 밟힐 때마다 씨앗 속에터져 나오는 건, 자존심이자 희망이고 생명입니다. 밟히면 밟힐수록 그 소중한 것들은 멀리 멀리 퍼져 나갑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인함 입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질경이를 발견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지요. 질경이를 따라가면 꼭 길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1011일 방송>

 

2.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삶의 얘기들 또한 사랑과 얽히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은 폭 넓게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빈도수도 그 중요성에서도 충분히 인정되는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면, 조금은 우리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살고 있는가 반성하게도 됩니다.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사랑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등등 말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런 우리의 궁금증을 풀기에 너무 적합한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사랑의 속성을 15가지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이런 속성들은 대부분이 소극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이기까지 합니다. 참는 일, 온유한 자세, 불의를 기뻐아니함과 모든 것을 참고 믿고 바라며 견디는 일들이 소극적인 8가지이고, 나머지는 부정적인 7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우리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적극적으로 처신할 덕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는 성품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사에 적극적이질 못합니다. 그렇다고 끌려가는 수동적인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닙니다. 그래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때가 다반사이고, 어쩌면 사랑의 속성에 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사도가 사랑의 가치와 진면목을 전하고 싶어 했을 텐데, 일부터 저지르고 보자는 저돌적인 공격형의 사람들이나, 자기 주도적인 외향적 사람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자기중심적인 측면보다는, 상대를 더 많이 배려하고 돌보려는 마음씨를 가진 사람에게 훨씬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우리들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소극적인 사람들은 늘 차려놓은 밥상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곤 하지만 말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는 자신의 능력이나 성품 그리고 배경이나 형편이 상대를 기쁘게 해 주기에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굿 닥터>라는 드라마를 흥미 있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제겐 다시 보기를 해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이 오늘 본문에 잘 어울리는 사람 같아 보입니다. 모르긴 해도, 그 소극적이고 부정적이기까지 한 남자 주인공은 끝내 여자 주인공에게 선택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게 세상의 풍조인 때문입니다. 평생 속앓이만 할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사랑이 아닐까, 사도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3. 오늘은 베트남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고 합니다. 현지 한인 교회와 선교사들을 도와준 현지인들로 그 분들에게 사은하는 시간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