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정신에 충실하고, 투명하고 바르게 관리되어야. / 고전 16:1-9.
묵상자료 4543호 (2013. 10. 24. 목요일).
시편 시 125:1-5.
찬송 6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별 일도 없는데 인상을 쓰고 있었습니다. 요즘 도대체 어떤 말을 많이 하면서 사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왜 안해? 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왜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해달라고, 하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그것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말을 하는지 짚어보았습니다. 고맙다가 많았습니다. 그녀가 해 주는 것이 더 많아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더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은커녕, 있었던 사실조차 잊어버렸지만,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해 준 것,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수평저울이 하나 있습니다. 오른 쪽엔 내가 준 것을, 왼쪽에는 내가 받은 것을 올려놓아 봅니다. 어제도 그렇더니 오늘도 또 오른 쪽이 기웁니다. 내가 너한테 해준 만큼 너도 나한테 똑같이 달라니까 왜 안 해 화가 납니다. 그런데 혹시 아시나요? 마음의 저울은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사실을. 왜냐하면 마음의 저울은 실제가 아니라 느낌을 재니까요. 준 것은 실제보다 늘려서 느끼고, 받은 것은 실제보다 줄여서 저울에 올려놓으니까요. 심지어 준 것만 기억하고, 받은 것은 기억에서 놓쳐버려서 저울에 올려놓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감사함이 없다면, 받은 것이 태산 같아도 가벼울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함이 없다면, 준 것이 공기처럼 가벼워도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의 수평 저울에 올려놓아야 할 것은, 내가 준 것과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준 것과 진정함 혹은 내가 받은 것과 감사함입니다. 감사함과 진정함은, 인생에서 나쁜 기억이란 쉽게 지우고 좋은 기억만 많이 남기거든요. 마시멜로처럼 포근하고,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기억들이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갑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10월 16일 방송>
2. 목사들에게 있어서 아킬레스건처럼 언제나 예민하게 하는 주제는 헌금에 관한 얘기입니다. 십일조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이런 형편이 된 데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물질 중심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성경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아브라함이 전리품의 10분지 1을 살렘왕 멜기세덱에게 바치는 것을 시작으로(창 14:20), 야곱의 십일조 서약(창 28:22), 레위 지파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는 대신 십일조를 그들의 소득으로 정한 것(민 18:21이하), 심지어 십일조를 드리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 하는 것으로 규정하기까지 말씀하고 있습니다(말 3:8,10). 신약에서는 바리새인이 십일조를 잘 드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는 기록이나(눅 18:12), 한걸음 더 나아가서 물질 뿐 아니라,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막 12:13-17, 롬 12:1).
그러니까 헌금은 그 기본정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하나의 표시로 헌금을 드려야 한다는 정신 말입니다. 당연한 의무사항이라는 뜻이며, 그래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서는 헌금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 아래 살고 있다는 고백적 행위로 말입니다. 그런데 헌금과 관련해서, “갈라디아 교회에 명한 것 같이”라는 구절은, 갈 2:18, 6:10절의 말씀인데, 가난한 자들을 돕기 위한 헌금과, 모든 이에게 선행을 하라는 명령입니다. 그러니까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 옳은지를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아마도 원시 기독교회나 초대 기독교회는 오늘날과 같은 규모가 크고 제도화된 교회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구체적인 지시나 교훈이 없을 뿐, 이미 헌금이 교회를 관리하는 수준을 포함해서, 구제와 봉사에 사용됨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바람직한 헌금생활은 하나님의 은혜 아래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동기로 억지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투명하고 올바른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