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땅 위에 벌어질 대 환난을 예상하며. / 계 5:11-6:11.

박성완 2019. 5. 26. 02:05

묵상자료 4550(2013. 10. 31. 목요일).

시편 시 129:1-4.

찬송 54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몸 안에는 매우 많은 장기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리 내 몸이라도 나는 모릅니다. 얼마 전부터 소화가 안 되고, 공복에는 묵직한 통증도 느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는 일도 없이 피곤한 것도 같았습니다.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뱃속에는 참 많은 장기들이 존재합니다. 순간적으로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올랐고, 아직 정정하신 부모님에게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한참을 망설이고 미루던 끝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굶었습니다.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검사결과를 알려줍니다. “아무 이상 없는데요?”

   1986년 헬리 혜성이 76년 만에 지구 가까이 근접했을 때,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헬리 혜성이 지구하고 부딪혀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몰라. 옛날에 공룡이 멸종했던 것처럼. 무서웠습니다. “너를 보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끝으로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식구들에게 친구로부터 들은 말을 전했다가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잠이나 자라는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인류가 공룡처럼 멸망할지도 모르는 날 밤, 마땅히 잠 같은 건 오지 말아야 하는데, 세상이 멸망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듯, 무례하게 잠은 쏟아졌고, 눈을 떠보니 멀쩡했습니다. 어제 아침과 똑 같았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은 잠시, 허탈했습니다. 무하기도 했지요. 무슨 큰 일이 벌어지길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고작 내 몸이 어제와 똑 같고, 지구가 어제와 똑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지불한, 물질적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는 너무도 컸습니다. 세상에. 삶은 때로 우리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대가로, 어제와 똑 같아서 다행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가로, 만만찮은 비용을 청구하기도 합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1015일 방송>

 

2. 일곱 봉인된 책을 펴는 과정을 말씀하는 본문입니다. 그런데 봉인 하나를 뗄 때마다 재앙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요한 계시록은 중심부를 이루는 내용이 대환난으로 6:1-18:24에서 취급하는데,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곱인 재앙(6:1-8:1), 일곱 나팔 재앙(8:2-14:20), 일곱 대접 재앙(15:1-18:24)이 그 내용들입니다. 특히 일곱 인 재앙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말세의 징조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습니다(13:1-37, 24:1-35, 21:5-33). 그런데 오늘 본문은 다섯째 인을 떼시는 내용을 취급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네 말들이 차례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첫째 인에서는 흰말이, 둘째 인에서는 붉은 말이, 셋째 인에서는 검은 말이, 그리고 넷째 인에서는 청황색 말이 그렇습니다. 주석가들은 스가랴가 본 <네 말과 병거의 환상>(6:1-8)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말과 그 말에 탄자들은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 마지막 때를 강한 파괴력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서는 준마를 부리는 용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날에는 원자폭탄이 여기에 해당될지 모르겠습니다.

   주석서에는 흰말은 땅 위에 벌어질 비극에 대한 예고의 도구로, 붉은 말은 대대적인 살육과 전쟁을, 검은 말은 가난과 기근 그리고 슬픔을, 청황색 말은 전쟁과 기근 그리고 온역과 짐승들의 공격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세의 예고가 역사 속에서 벌어진다면, 어느 누구도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비극의 날이 우리 시대에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입니다. 비록 이 같은 우주적인 파국을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개인적인 종말을 잘 통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 역시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삶을 살면서 말입니다.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자세로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