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13. 11. 17. 교회력 마지막 둘째 주일] 삶의 의미와 목적을. / 눅 19:11-27.

박성완 2019. 5. 26. 02:25

묵상자료 4567.

시편 시 136:4-6.

찬송 43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심청 아버지가 눈을 뜨는데 왜 공양미 3백석이 필요했는가? 소설가 최인호씨는 판소리 심청가를 들을 때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깨달았다고 하는군요. 곁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딸에 대한 사랑을, 공양미 때문에 딸이 사라지고 나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던 거지요. 모든 걸 잃고 죽음보다 더한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그의 마음속의 절실함이 그의 눈을 번쩍 뜨게 한 겁니다. 최인호의 [산중일기]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인데요. 어쩌면 그 순간 뜨인 건 아버지의 마음의 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미쳐 뜨지 못하고 있는 마음의 눈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겪고 또 간절하게 바라봐야만, 번쩍하고 뜨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KBS FM 1, 풍류마을, 2013823일 방송>

 

2. 삶에 의미가 있을까? 왜 사는 것이며,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살아온 삶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으며, 만일 목숨을 걸고 살아온 것이 있다면 그건 어떤 것입니까? 다시금 우리의 삶의 하루하루를 생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열므나 비유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 지를 말씀합니다(12-14).

어린 시절에는 빨리 중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철부지 생각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렇게 빨리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엄마 품에 있어야 할 때가 있고, 걸음마를 배울 때가 있으며, 동네 친구들과 너무 열심히 노느라 엄마의 목청을 돋우게 하던 시절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루하루가 매우 귀하고 소중한 인생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므나의 비유는 우리들 인생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루하루를 잘 사는 일인데, 바로 주인이 맡겨준 것들을 잘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맡기신 므나는 돈만을 상징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과 기회 등, 일상에서 우리가 성실히 챙길 것들입니다.

 

자신이 맡은 므나에 충실한 것이 삶의 의미입니다(15-24).

저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많이 원망했었습니다. 그런데 철이 들면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축복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잘 분별치 못하는 게 많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이 한 므나씩을 맡긴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같은 지구, 같은 역사 속에서 살게 해 주신 때문입니다. 그러니 불평도 원망도 가당치가 않습니다. 송명희라는 장애자 시인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몇 일후에 뇌성마비를, 무리한 활동으로 목디스크로 중중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그녀는 저 유명한 <>라는 시에서는 남과 나를 비교함으로, <있으니>에서는 자신이 받은 것의 귀함으로, 하나님이 공평하신 분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물론 그녀의 첫 소설집 [], 전형적인 역사적 종말론을 따르는 이단에 빠져버렸습니다만.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이 드러나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사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을 뜨는 아침, 감사와 희망으로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루라는 일상을 넘치는 기쁨과 열정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맡은 한 므나를 가지고 말입니다. 이 한 므나는 우리가 가진 전부를 의미합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몸도, 마음과 생각도, 잘 할 수 있는 재능도, 그리고 허락된 세상과 시간도 한 므나입니다. 저는 이 한 므나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밥 먹을 때는 먹는 일에 충실한 것이고, 일할 때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노래할 때는 노래에, 대화할 때는 대화에 성실합니다. 무엇을 먹든 무슨 일을 하든, 허투루 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부딪치는 것이, 삶을 삶답게 제대로 사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실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3. 오늘 저녁 비행기로 베트남 선교여정에 오릅니다. <설교 준비로써 로마서 주석>이 세미나 주제입니다. 명음교회(황호순교수)가 이번 선교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