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4.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 주일] 위대한 왕이 되신 까닭. / 골 1:13-20.
묵상자료 4574호.
시편 시 137:1-4.
찬송 31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오후에 천천히 골목길을 배회하다가 본 풍경입니다. 먼저 스쿠터 한 대가 뒤에 커다란 쌀포대를 싣고, 빠른 속도로 쌩 하니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등에 책가방을 멘 자그마한 여자 초등학생 한 명이 걸어갔는데요. 갑자기 저 만치 앞서가던 스쿠터가 멈춰 섰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천천히 걸어가던 아이는 달리기 시작했고요. 마침내 아이는 스쿠터 앞에 도착하자, 타고 있던 아저씨는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앞에 태우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 뒷모습이 참 자연스럽고 경쾌해 보였는데요. 아이는 그러니까 일종의 무임승차를 한 셈이지요. 돈도 내지 않았는데 편하게 스쿠터에 태워준 덕분에 힘들게 걸어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어디 뭐 그 아이 뿐일까요? 생각해 보면 타인의 삶에 무임승차를 하지 않고, 그저 무사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의 무임승차를 아무런 조건 없이 허락해 줬던 사람들. 그 고마움을 갚는 방법은, 역시 똑 같은 방식대로가 가장 좋겠지요. 아무도 내 삶에 무임승차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그만큼의 빚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9월 9일 방송>
2. 오늘은 교회력 마지막 주일이면서, 우리 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을 그리스도를 우리의 왕으로 모시고 살아온 것을 감사는 일이란, 매우 당연하며 이를 기억하는 것은 뜻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왕 되신 까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인생의 왕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15-19절).
우리 성동구의 표어는 <사람중심의 성동>이라고 합니다. 이런 주제가 대부분의 구(區)나 시(市)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겠다는 뜻으로 여겨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암시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 자신이 주인인 세상,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듯 생각됩니다. 모든 인간의 꿈이며, 종교의 가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세상을 만드신 분도,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도, 그리고 세상을 심판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만이 이 세상과 우주의 주인이시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소망이며 기쁨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주인이 세상, 희망이 아니라 절망뿐인 때문입니다. 우리들과 온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할 이유입니다.
죄와 죽음에서 구해 주신 왕이 되셨습니다(13-14절).
그동안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세상의 왕들은, 권세를 휘두르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제도는 한결같이 대다수의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억압하는 군주제를 찬양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21세기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왕이신 주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세력가들과는 차별된 분이셨습니다. 건강한 자보다는 병든 자를, 자칭 의인보다는 죄인이라고 가슴을 치는 사람들을 찾으셨고, 그들을 섬기셨습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십자가에서 온 세상을 위해서 대속의 제물이 되신 사건입니다. 가장 높으신 분이 천한 인생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건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은 마구간에 오신 첫 날부터 십자가에서 죽으신 마지막까지, 오직 종의 길, 섬김의 길만을 고집하셨기에, 온 세상이 왕 중의 왕으로 대접받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화평한 삶으로 인도하셨습니다(20절).
우리들 인생이 꿈꾸는 최종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하나님과 영원히 사는 영생의 삶을 말하는데, 그것은 하나님과 화평한 관계속에 살아가는 일입니다. 상처 나고 불화한 마음을 가지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아담 이래로 우리 인간은 하나님께 마땅한 영광을 돌리지 않을 뿐 아니라, 불순종의 삶을 지속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들 힘으로는 도저히 하나님과 화평할 수가 없었는데, 우리 왕이신 주님이 화평의 길을 여시려고,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시고, 마침내 하나님과 우리 인생들 사이를 막고 있는 죽음의 장벽을 무너트리신 것입니다. 이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붙잡을 수도, 담대하게 기도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3. 저희 교회는 오늘 추수감사절로 지킵니다. 묵상식구 김준현교수님을 설교자로 모셨습니다. 오늘은 종일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