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 신앙과 이성의 충돌 지역. / 마 22:23-33.
묵상자료 4589호(2013. 12. 9. 월요일).
시편 시 141:5-10.
찬송 22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코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린다.” 그는 지독한 가난히 남긴 후유증으로, 키가 170cm인데도 몸무게가 37kg을 넘어본 적이 없을 만큼 병약했습니다. 하지만 29살이었던 1967년부터 16년 동안 매일 새벽 4시와 오후 6시, 교회의 종을 치는 일을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을 만큼, 성실했던 종지기였습니다. 그가 살았던 오두막은 15평방미터 남짓, 그나마 책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고, 남은 공간은 몸을 웅크려야 겨우 누울 수 있는 1평방미터에 불과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난하고 병든 종지기로 여겼지요.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재산을 정리하니, 10억 원 남짓한 자산이 있었고, 90여 편의 작품에서 해마다 1억 원가량의 인세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었습니다. 평생 한 달에 5만원으로 살았다고 하지요. 그는 굶는 어린이들을 위해 자신의 유산을 쓸 것을 당부했는데요. 그는 바로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를 쓴 작가 권정생입니다. 이처럼 착한 사람 그가 말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코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대체 도모코가 그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걸까요? “도모코는 9살, 나는 8살/ 2학년인 도모코가 1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코는 나중에 정생 이한테 시집가면 되겠네,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데서 도모코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서 싫어요/ 50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코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이 시의 제목은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입니다. 작가도 알고 있습니다. 50년이 지났는데도 도모코를 용서하지 못한 자신의 인간성을 반성해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가 갈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인격적으로 받은 모욕이나 모독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기 힘듭니다. 생각만 나면 그 때와 똑 같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정작 장본인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라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도 말이지요. 그 때문에 늘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을 쓰는 일은 못된 말을 한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 한 마디, 아직도 마음에서 씻어내지 못해 괴로운, 착한 사람의 몫일 때가 많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11월 26일 방송>
2. 부활과 천국에 대해서 듣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을 남겨둔 채 부활이나 천국으로 미루는 것에 대한 반감도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교인들 가운데서도 심지어 기독교인들 가운데서도 부활이나 천국 얘기를 동화처럼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류의 사람으로 사두개인도 포함될 법 합니다. 그들은 부활이나 천국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다만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제대로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사두개인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부활이 있어서는 안 될 이유를 제시합니다. 그것이 아랍 세계에서 지금도 통용되는 관습으로 수혼법(Levite Law)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일곱 형제가 살았는데, 그 맏형이 후사가 될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자, 그 동생들이 형수와 관계를 맺어 형의 아들을 낳아주어야 하는 제도인데, 모두 다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부활했을 때 그 맏형수는 누구의 아내가 되어야 하느냐는 물음입니다.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신앙생활에 많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신앙과 이성이 충돌할 경우입니다.
우선 예수님은 천국의 질서는 땅의 질서와 다름을 지적했습니다. 천국에서는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이 없다고 말입니다. 가정을 꾸리는 일은 땅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천국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유보하자고 제안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현재의 이해나 눈으로는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천국의 모습을 그리려고 한다거나, 또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한다면, 결국 제 수준의 세계관을 말하는데 불과할 것입니다. 가령 천국에서 배정받은 내 집이 5층짜리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신앙의 목표가 무엇인지 가늠될 것이고, 가득 찬 평화, 충만한 사랑,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주님과 이웃들을 말한다면, 그의 천국이 어떤 것인지 느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3. 모처럼 긴 잠을 잤습니다. 오랜만에 처음 가진 단잠이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