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길 줄 모르는 지도자들. / 마 23:1-12.
묵상자료 4591호(2013. 12. 11. 수요일).
시편 시 142:5-7.
찬송 37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자신이 있는 곳, 자신이 사는 곳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지도의 중심에 놓습니다. 그런 현상을 이른바 옴팔로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답니다. 세계지도 지리 이야기책에서는 그 증후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옴팔로스는 라틴어로 배꼽이라는 뜻으로, 옴팔로스 증후군은 자신이 사는 곳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자신들이 속해있는 세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말한다. 고대인들이 그린 고지도나 천동설에서, 그러한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세계지도도 제대로 못 보게 하지요. 세계지도를 제대로 못 보면, 각 나라의 지리적인 위치는 물론, 세상에 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세상의 참 많은 일들이 지리적인 위치에서 벌어질 때가 많으니까요. 자신과 자기 나라를 중심에 놓는 세계지도는, 경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꼭 그럴까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어느 만큼은 꼭 필요한 게 옴팔로스 증후군이 아닐까? 한없이 넓고 막막한 세계지도야 말로, 자신과 자기 나라의 위치를 보는 것에서부터, 전체 위치나 거리가 제대로 가늠되지요. 또 아무리 세계 지도상에서는 그 크기나 위치가 작고 미미해도, 그 무한한 세계 지도도 그야말로 나라는 한 점이 존재하면서 의미가 있는 걸 겁니다. 뭐든 길고 긴 선이나 큰 부피도, 실은 작은 점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태어난 고향집이라는 아주 작은 한 점의 위치와, 전 세계 인구 속에서라면 모래 한 알갱이에 불과할 나라는 작고 작은 점이, 사실은 세상의 배꼽이고 중심점이 돼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나만이 아니라, 세상사람 누구나 그런 소중한 점의 위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계지도를 다시금 들여다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3년 9월 16일 방송>b.
2. 어느 평신도가 격앙된 어조로 물어왔습니다. “교회가 계급사회냐?”고 말입니다. 뭐라고 대답할까요? 오래 전부터 계급 사회가 되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오래전 신대원 교실에서 한 학생이 제게 물어왔습니다. “왜 교회 지도자들은 삼성(三星)의 견습생들 처럼 서울 역 광장에 나가서 열정적으로 전도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저는 교회와 삼성회사의 차이를 얘기했습니다. 교회는 신앙공동체이고, 삼성은 이해공동체라고 말입니다. 신앙공동체의 뿌리는 인격적 신앙임에 반해서, 이해공동체의 뿌리는 문자 그대로 이익창출이 그 목적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교회가 세상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회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교회의 직함을 악용하는 폐단도 그래서 생겨난 것입니다. 인격적 신앙이 빠지게 되니까, 교회의 직함마저도 세속적 권세로 둔갑한 것입니다. 섬김의 가치와 기쁨의 직함이 아니라, 오히려 세속적 지위인양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모세의 자리”에 앉아있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대상으로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모세의 자리”라는 말은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백성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그런 존경과 사랑은 모세라는 한 인간이 보여준 용기와 결단 그리고 노력과 인내심은 물론, 전적으로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에 뿌리를 두었던 것입니다. 진정성을 가진 섬김도 없고, 하나님이 누구신지에 대한 분명한 믿음도 없는, 서기관이나 바리새인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세속적인 가치에 파묻히는 것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지도자란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하나니 곧 그리스도시니라.” 오늘 우리가 새겨들을 말씀은, 과연 종의 삶을 살고 있는가? 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