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이웃으로 살아가기. / 눅 10:25-37.
묵상자료 6594호(2019. 6. 6. 목요일).
시편 16:8-11.
찬송 52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김 대리, 우리 오늘 회식하기로 한 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 부탁해.” 출근하자마자 남자는 점심 회식을 챙깁니다. 우리 팀도 언제 한번 회식을 해야 할 텐데 하다가, 다음 주에 팀에서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신청한 직원이 있어서, 그 전으로 날짜를 잡은 겁니다. 평소보다 30분쯤 일찍 움직여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데요. 화제는 자연스럽게 여름휴가 얘기로 넘어갑니다. “모모 씨는 뭐하려고 일찍 휴가를 잡았어요? 사람들 붐비는 것 싫어서?” 역시나 제일 먼저 휴가를 잡은 직원에게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그의 입에서 나온 휴가 계획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어릴 때부터 같이 산 강아지가 있어요. 다복이요. 이 녀석이 저를 워낙 좋아해서 어릴 때 사진 보면, 저 혼자 나온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거든요. 항상 저랑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요새 다복이가 갑자기 음식을 잘 안 먹고 그렇게나 조르던 산책을 제가 먼저 하자고 하는데요. 꿈쩍을 안 하는 거예요. 자꾸만 구석으로 숨기나 하고 어디가 아파서 그러나 싶어 병원으로 가 봤더니 늙어서 그런 거래요.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반려견이 떠날 준비를 하는 거라면서 그래서 좀 이르지만 여름휴가를 쓴 거예요. 다복이가 떠나기 전에 내내 좀 같이 있어주려고요.” 여름휴가 얘기에 들떴던 회식자리가 순간 차분하게 가라앉고 맙니다. “아 이래서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저 괜찮아요. 사실 뭐 개 나이로 치면 다복이는 100살도 넘어요. 완전 장수하고 떠나는 거지요. 그러니까 분위기 다시 띄워서 잘 살고 떠나는 다복이를 축하해 주시면 돼요. 아셨지요?” 하는 순간 음식이 나와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그 직원은 다복이 얘기를 의식해선지, 여느 때 보다 더 밝게 웃고 얘기하고 있었는데요.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듯 마음을 쓰는 그 말을 통해서, 반려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보통의 아침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9년 5월 31일 방송>
2. “착한 사마리아 사람(25-37절)”을 읽었습니다. 이웃이 누구인가 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면 과연 나는 이웃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마리아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사람을 착한 이웃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사마리아는 한 때 북왕국 이스라엘의 수도였던 곳으로, 북왕국이 앗수르와의 싸움에서 패한 뒤 결혼동맹을 맺고 민족의 순수성을 잃게 됩니다. 이로써 사마리아는 강대국 앗수르 시대(BC. 722-611년), 바벨론 시대(BC. 612-538년), 페르시아 시대(BC. 539-331년), 그리고 헬레니즘 시대(BC. 332-63년) 까지 강대국의 통치하에 있는 시련기를 거쳐 마침내 로마 시대를 맞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에 사마리아는 같은 동족이었던 유다인 들에 의해서 상종 못할 인간으로 취급당해야 했습니다(요 4:1-12).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는 많은 유다인 들에게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설정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착한 이웃이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문에서 사마리아인을 내세우신 것으로 봐서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착한 이웃이란 그 출신 성분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마리아인이 착한 이웃이 될 수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을 말씀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팔을 안으로 굽히는 삶을 살았습니다만, 착한 이웃은 팔을 상대 쪽으로 뻗는 사람이었습니다. 셋째는 사랑의 실천을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은퇴를 앞두고 있을 때 제자 한 분이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몇 명의 제자를 두셨습니까? 그래서 한두 명은 되지 않을까요? 라고 반문했는데, 지난 달 49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 둘을 만났는데, 놀랍게도 제가 가르친 대로 살고 있다 말했습니다. 전혀 뜻밖의 사은회 자리였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삶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3. 오늘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는 현충일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