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19. 6. 9. 성령강림절 주일] 축복의 말들을 사용하도록 도우시는 성령님. / 창 11:1-9.

박성완 2019. 6. 9. 00:33

묵상자료 6597.

시편 17:7-9.

찬송 18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성선 시인의 <나의기도>에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도를 나는 모르네/ 그 시간 누구와 걷고 싶어 하는/ 어느 분을 모시고 마음의 차를 나누어 마시며 창밖을 보고 있는지시집을 한 장 넘겨보다가, 이 시간 제 마음과 잘 통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의 바람 여러분의 기도가 궁금해집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9528일 방송>

 

2. 오늘은 성령강림절입니다. 구약의 말씀 창 11:1-9을 본문으로 축복의 말을 사용하도록 도우시는 성령님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본문은 유명한 바벨탑 이야기로,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고 수작을 부리자, 하나님께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만드신 내용입니다.

 

인류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 매우 위험한 모의(謀議)를 하였습니다(1-4).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어울리기가 쉽습니다. 제 막내 딸 아이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는데, 주일은 거의 교회에서 지낸다 합니다. 고국에서 오는 소식이며 각종 생활정보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낯선 말을 사용하다가, 교회를 가면 같은 말을 쓰는 동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깐 동안의 갈증을 푸는 동포들과의 만남이 아니라, 진짜 가슴이 원하는 말이 통하는 사람과의 교제는 의기투합할 유혹을 받기가 쉽습니다.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벽돌을 빚고 불어 구워 하늘 꼭대기에 이르는 탑을 쌓았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힘을 합하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독립선언입니다.

 

성령님의 오심은 혼잡해진 언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세상을 만드셨습니다(2:1-4).

미국에서 백인교회를 30여 년간 목회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백인 사회를 더 깊이 알아가려니까 영어가 더욱 더 어려워지더라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 만에 만난 부모를 보면서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 외로울 때가 많다는 어느 입양아의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오셨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각기 제 나라말로 복음을 알아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복음이 선포될 때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존감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생 공존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천국의 작은 모습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성령님은 축복의 말을 사용하도록 도우실 것입니다(5-9).

60년대에 <말의 힘>이란 책을 쓴 학자가 있었습니다. 의사의 한 마디 진단, 판사의 한 마디 판결, 젊은이들의 한 마디 사랑 고백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말의 힘을 오용을 넘어 악용하는 죄를 짓고 있습니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에서건, 거짓말과 가짜 뉴스는 사람의 품격은 물론 세상을 심각하게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축복하는 말이란, 말의 순기능을 말하며 동시에 알아듣는 말을 뜻합니다. 사랑과 존경의 말을 나누는 부부나, 알아듣고 삶을 바꾸거나 힘을 얻게 하는 설교를 든는 교인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그들은 감사와 기쁨 그리고 깨우침과 소망이 가득한 삶을 살 테니 말입니다. 성령님은 축복의 말을 하도록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그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그랬어.”라고 화답할 것입니다. 축복의 말이란 맞장구를 쳐 줄 수 있는 그런 삶의 자리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입니다. “삶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런 축복의 말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흔드시는 성령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