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도 하나님께서 돌보신다. / 눅 13:1-9.
묵상자료 6605호(2019. 6. 17. 월요일).
시편 18:20-22.
찬송 37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톨스토이는 여행을 하다 만난 시골 여인숙 집 딸인 어린 소녀에게, 며칠 뒤에 가방을 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소녀가 톨스토이의 가방을 탐내며 어머니에게 치근대자, 톨스토이가 며칠 뒤에 가방을 주겠노라 소녀를 달랜 것이었지요. 하지만 약속은 소녀가 죽은 뒤에야 지켜집니다. 톨스토이는 약속대로 며칠 뒤에 가방을 주러 소녀를 찾아가지만, 그 사이 소녀가 세상을 떠나 가방을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톨스토이는 가방을 소녀의 무덤에 걸어놓고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그 가방을 돌로 조각해서 돌 십자가에 걸어두고 프라우다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고 하지요. 프라우다는 러시아어로 진리 양심 약속 진실 정의라는 뜻입니다. 가방을 갖고 싶어 했던 아이는 없으니 이제 갖고 가세요. 소녀의 어머니가 말했을 때, 톨스토이는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하지요. “아닙니다. 따님과 약속한 내 마음은 죽지 않았고, 난 내 마음을 배반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후로 프라우다는 “사랑을 다음으로 미루지 마라.”는 뜻도 보태졌습니다. 5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 톨스토이의 프라우다를 기억해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19년 5월 31일 방송>
2.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1-5절)”,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6-9절)”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둘째 단락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무화과나무를 포도원에 한 그루 심은 땅 주인이 있었는데, 3년이 지났지만 열매를 얻을 수가 없어서 몹시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무화과는 3년 정도 되면 열매를 맺는 식물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계속 땅만 허비하며 키우느니 잘라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를 농부에게 물었고, 농부는 3년 더 키워보자고 말합니다. 그 동안에 거름도 더 많이 주고 물도 충분히 주어서 키워보고, 그래도 열매를 얻을 수 없으면 그때 잘라버리자고 말입니다. 얼마 전에 한 교수님 내외분이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유실수를 더 심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현재 12종의 유실수가 있지만 키우고 싶은 나무들이 더 있다고 말입니다. 유실수는 꽃도 피고 열매도 얻는다는 점에서 기쁨이 매우 큽니다.
무화과는 추운 지방에서는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실패한 작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무화과는 아주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고 그 맛이 일품입니다. 배가 고플 경우 허기를 면하기에 딱 좋은 열매입니다. 어쩌면 포도원 주인도 그런 이유로 이 나무 한 그루를 심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열매를 거둘 때가 되었다 생각해서 찾아보니 잎만 무성하고 열매는 보이질 않습니다. 무화과를 심은 목적을 찾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홧김에 나무를 베어버릴까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풍부한 농부는 3년 말미를 구합니다. 3년 동안에 충분히 변화가 올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3년 말미에 주목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열매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열매는 나무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기쁨입니다. 올해는 모든 과일들이 많이 열리는 해인 것 같습니다. 모과도 셀 수 없이 달렸고, 감은 정말 엄청나게 열렸습니다. 산포도인 머루도 보리수 열매도 그리고 체리나무도 수확을 기대하게 합니다. 얼마나 기쁘고 기쁜지 모릅니다. 정성을 들여서 물을 주고 사랑의 인사를 나눈 것에 대한 보답처럼 느껴집니다. 열매는 사랑과 정성으로 돌본 주인에 대한 나무가 응답해야 할 과제이고 의무입니다. 그리고 나무 자신이 사랑을 받을 이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처럼 사랑받는 행동인 열매 맺기를 싫어할 나무가 어디에 있을까요? 나무 역시도 사람처럼 생각한다면, 풍성한 열매를 맺고 싶어 안달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영양상태가 좋아야 하고 날씨도 알맞아야 합니다. 기온도 적당하고 비도 제 때 와야 하고 바람도 잘 불어야 합니다. 그리고 벌이나 나비가 꽃이 피었을 때 자주 와서 수정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나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사람처럼 노력 여부를 따진다면 그 판결을 달게 받아야 하겠지만, 자신의 노력 이외의 문제라면 그건 용서받아야 마땅합니다. 오늘 본문의 무화과나무는 아마도 후자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주인과 농부는 하나님의 은총을 구해야 했습니다.
3.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