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소중한 기회를 몽땅 놓쳐버린 어리석은 소작농들. / 눅 20:9-19.

박성완 2019. 7. 15. 01:42

묵상자료 6633(2019. 7. 15. 월요일).

시편 22:25-28.

찬송 37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즉시 삶의 무상(無常)을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 소설의 주인공 수아는 어느 날 별 생각 없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그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감각과 감정이 온 몸과 마음을 휩쓸었기 때문입니다. 그 감미로움은 삶이란 절대 무의미하거나 허망하지 않으며, 그 어떤 고통과 불행도 나쁘지 않으며, 인생은 짧지 않고 길고 영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감미로움이었지요. 소설은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그 뒤로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사소한 맛이나 소리 같은 게, 인생의 어느 시간인가를 강렬하게 일깨워 준다는 현상이지요. 그 과자부스러기를 통해서도 우리의 일상이 잃어버리고 진했던 인생의 벅찬 설렘과 기쁨을 되찾아 준다는 겁니다. 우리 저마다에게도 문득 문득 그런 홍차와 마들렌의 순간이 찾아오길, 그래서 다가올 봄날들이 누가 뭐래도 인생은 감미로운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속 홍차와 마들렌이 문득 일깨운 느낌, “그것은 나로 하여금 즉시 삶의 무상을 아랑곳 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을 느끼게 하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마디에 물들어 봅니다. <KBS FM 1 가정음악 2019. 3. 2. 방송>

 

2. “포도원 소작인 비유(9-19)”을 읽었습니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단편을 많이 썼는데, 대부분이 신앙적인 명상에서 나왔다 합니다. 그 중에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평생 자기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걸 소원으로 한 소작농 바흠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싼 값에 많은 땅을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마침내 단 돈 1,000루블로 하루 종일 말뚝을 박은 곳의 땅을 전부 소유할 수 있다는 말에 욕심을 냅니다.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흠이 죽을 힘을 다해 달려서 출발점에 도착하자 해가 떨어졌지만, 그는 일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땅은 그의 몸을 묻을 단 한 평이 전부였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소작농들의 분에 넘치는 마음보를 꺼내 보이려고 톨스토이의 단편을 소환한 것입니다. 그들 소작농에게는 절치절명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비록 주인은 출타 중에 있지만, 자신들의 계획과 방법으로 자신들의 농장을 경영하는 기회 말입니다. 그들은 주인과 약속한 도조(賭租/ 남의 땅을 빌려 쓰고 내는 세)만 내면, 주인과 다를 바 없는 주인 행세를 할 기회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나오는 소작농들은 잠깐 건망증에 빠졌거나, 아니면 분수를 넘어 주인의 자리를 뺏고자 한 것입니다. 종의 신분에서 소작농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주인의 자리를 탐낸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사는 세계 안에 가득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 는 말은 절망하지 말라는 금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는 방법 역시 정당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회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그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방법을 사용한 때문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율법학자들과 대제사장들이 그런 사람이라고 지적하십니다. 그들은 집을 짓는 자들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판단해서 버린 돌이, 의외로 집을 구성하는 소중한 머릿돌이 되었음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스도는 불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했으나, 사실은 가장 명예롭게 회복될 뿐 아니라, 심판 때에는 그를 버린 이들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으로 또는 가루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했습니다.

 

3. 지난 11일 대법원은 유승준씨에게 비자발급 거부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병역의무를 피하려고 미국 시민권을 발급받고 국적을 포기한 벌로, 19년을 지옥 속에서 살았다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