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종이 울릴 때 > / The Five Pennies.
평소에 재즈를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루이 암스트롱의 트렘벳에 의한 재즈곡이 나오자 눈을 닫으려고 했는데, 주인공 니콜스의 코믹한 연기가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어서 끝까지 보았는데, 후회없이 잘 보았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딸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먼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기숙학교에서 맞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 비를 홀딱 맞은 후 소아마비 증세로 입원하게 되자, 하던 일을 다 팽개치고 딸의 간호와 재활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간절하고 위대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따뜻한 휴먼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1930년대 유명했던 미국의 트럼벳 연주가 레드 니콜스의 자전적인 영화로, 니콜스의 배경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이해를 돕는 첩경일 것 같습니다. 주인공 레드 니콜스는 1905년 5월 8일 미국 유타 주 오그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대학 음악 교수였고 Nichols는 12살 때 아버지의 개인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했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음악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지요. 이미 10대에 Original Dixieland Jazz Band와 Bix Beiderbecke의 음반들을 틀어놓고 연주를 따라했으며, 이때의 연습들이 니콜스의 연주 스타일을 정교하게 다듬어주었습니다.
1920년대 초 니콜스는 중서부로 이주하여 'The Syncopating Seven'이라는 밴드에 합류했지요. 그 밴드가 해체되자 니콜스는 '쟈니 존슨 오케스트라'와 합류하여 1923년에 뉴욕으로 건너갑니다.
영화는 이 장면부터 나오게 되는데, 뉴욕에서 그는 트럼본 연주자인 토니를 만났고, 데이트 상대로 만나게 된 월마와 결혼 그녀를 싱어로 삼고 <5페니>란 다섯명의 연주자를 이끌고 연주도하고 노래도 하는 악단을 결성, 째즈악단장이 됩니다. 이후 10년간 미국 전역을 연주 투어로 대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하에 딸 도로시를 샌프란치스코의 한 기숙학교에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가 최고의 절정에 달할 때, 그만 그의 딸 도로시가 소아마비에 걸리고 맙니다. 이 절망적인 소식을 접한 니콜스는 일체의 연주를 중단하고, 딸의 치료를 위해 기후가 따뜻한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죠. 거기서 니콜스는 자신의 야망 때문에 어린 딸을 고통스럽게 하다가 그녀를 소아마비 환자로 만든 것이라는 자책에서, 음악가로서의 모든 꿈을 접고 심지어 자신의 그룹을 해체하는 엄청난 손해를 본 후에,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트럼펫을 금문교 다리위에서 바다로 내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부두에서 막노동꾼으로 생계에 뛰어듭니다. 마침내 딸의 병을 고치게 되고, 딸은 비록 목발은 짚고 다니지만 어여쁜 틴에이저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이 친구들과 글렌 밀러의 재즈에 빠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딸의 친구들이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몰라줄 뿐 아니라 놀리는 것을 듣게 되자, 그동안 잠재워놓았던 뮤지션으로서의 본능이 니콜스를 엄습합니다. 마침내 니콜스는 떨리는 손으로 트럼펫을 연습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훌륭한 뮤지션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당대 최고의 재즈 왕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장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니콜스를 알아본 암스트롱이 환영의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목발을 짚고 있던 도로시가 연주하는 아빠의 등을 툭 치며 춤을 제안합니다. 물론 그때는 목발을 짚지 않아도 될만큼 건강을 회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암스트롱의 연주하에 부녀가 멋진 춤을 추는 가운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사랑의 종이 울릴 때>에서 보여주는 니콜스는 음악가로서는 천재이지만, 사랑하는 딸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뜨거운 부성애를 가진 연기 앞에서, 영화가 끝나고 모든 분들이 박수를 치게 만듭니다. 모처럼 머리 속 찌꺼기를 깨끗히 닦아내고 싶은 분들에게 기꺼이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한때 방송에서 코메디도 한 모양인데, 그런면에서 연주가 가능한 코메디언 다니케이가 그 역활을 맡은 것은 적격이라 할수 있습니다. 다니케이하면 루이 암스트롱이 따라다니는데 이 영화에서도 같이 나온다.
이때의 음악들은 광범위한 하모니와 균형 잡힌 앙상블을 사용하여 재즈 이론과 연주 모든 부분에서 가장 진보적인 재즈 역사를 새로이 열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영화 속에서 루이 암스트롱이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가장 잘 살려주는 밴드라고 칭송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대니 카예, Danny Kaye,1911~1982) 주인공 레드 니콜스역을 연기한 배우 대니 카예는 전 미국인을 홀릭 시켰던 전설의 코메디언이었습니다. 연기면 연기, 춤이면 춤, 그리고 심지어 그는 100인조 뉴욕 필 하모닉을 이끌고 베토벤의 운명을 놀라울 정도의 흡입력으로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그의 재능을 조금이라도 확인해보실 수 있겠지만 일단 목소리가 무척 소프트 합니다. 빙 크로스비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들려준 그의 화음은 오늘 날의 빙 크로스비가 있게 해준 결정타였죠. 무엇보다 어학에도 굉장한 재능이 있어 이 영화 'The Five Pennies'의 독일어 개봉판과 이탈리아 개봉판의 더빙을 직접 맡았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한 인간에게 이토록 많은 재능을 허락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