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철이 들어 사람 구실할 수 있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 삼하 19:1-23.

박성완 2019. 9. 19. 02:29

묵상자료 6699(2019. 9. 19. 목요일).

시편 36:5-7.

찬송 44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일상의 사물들을 새롭게 돌아보는 사물에게 말 걸기. 오늘의 사물은 <가방>입니다. 미국 작가인 팀 오브라이언의 소설 중에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들] 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이 주인공인데, 그들은 평소 행군 배낭을 메고 다니지요. 그런데 그 행군 배낭에는 모두가 다 갖고 다녀야 할 필수품만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자신만의 한 가지가 꼭 담겨 있었습니다. 가령 누군가는 항상 정량을 초과하는 복숭아 통조림을, 누군가는 막대 비누를 필사적으로 넣어 갖고 다니지요. 누군가는 일기장을 지니고 다니는가 하면, 유머 책을 꼭 챙겨 넣고 다니는 병사도 등장합니다. 그 한 가지가 그 사람의 특징을 가장 잘 들어내 주기도 하는데요. 언젠가 한 모임에서도 그 소설에서처럼, 가방에 꼭 넣어가지고 다니는 자신만의 특별한 한 가지를, 다 같이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그랬더니 누군가는 소설에서처럼, 일기장을 꼭 가방에 넣고 다녔고요, 누군가는 뜻밖의 갖가지 종류의 약이 담긴 플라스틱 약 상자를 늘 넣고 다녔습니다. 또 누군가는 하모니카를 넣고 있었지요. 정말 특이하게도 서류 가방 안에 우산을 일 년 내내 넣고 다닌다는 남자 분도 있었는데요. 혹시 귀찮아서 혹은 깜빡 잊어버려서 그냥 넣고 다니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는데, 그런 게 아니고 가방 안에 우산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면 뭐 일종의 마스코트나, 가방 수호신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의 성격 짐작의 중요한 열쇠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정말 마음에 들고 아끼는 가방이, 옆구리에 팔목에 손에 들려 있을 때의 느낌, 마치 가족이 주는 것 같은 친밀감과 든든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여러분의 애정을 받고 있는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KBS FM 출발과 함께. 2010. 9. 14 방송>

 

2. “다윗이 압살롬의 죽음을 슬퍼하다(1-23)”을 읽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플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압살롬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압살롬의 반란으로 나라가 두 쪽으로 갈리고, 다윗 왕과 백성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반란군에 맞선 군사들의 처지가 말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분명 전쟁에 승리해서 기쁨에 겨워야 할 군사들이 마치 패전 군처럼 고개조차 들 수 없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총사령관 요압이 왕을 찾아 단호하게 간청을 드립니다. 자신과 군사들은 왕의 가족들의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오히려 왕은 그런 군사들의 얼굴을 수치스럽게 만들었고, 왕을 죽이려는 반역자들은 사랑하시고, 왕을 섬기는 백성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셨다고 말입니다.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한 군사들에게 따뜻하게 맞아줄 것을 청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왕 곁에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왕은 요압의 권고대로 성문 앞으로 나가서, 군사들의 충성과 노고를 치하하였던 것입니다.

   철부지를 잃고 애석해 하는 부정(父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철이 들어서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해봐야 했는데 아쉬운 것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평생 철들지 않고 주변의 여러 사람 힘들게 짐만 지워주다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다윗은 현실감각을 되찾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압살롬 편에 가담했던 지파들도 되돌아섰고, 그리고 반란군의 사령관 아마사를 요압을 대신해서 총 사령관에 임명합니다. 탕평책을 쓴 것입니다. 요압이 압살롬을 죽인 것을 알게 된 다윗 왕의 뒤끝이 작렬한 셈입니다. 그러고 보면 다윗 왕의 성정(性情)도 그리 너그러운 편이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다윗 왕의 환궁에는 유다 전체가 환영하였고, 떠나갔던 사람들 그리고, 왕의 전령노릇을 한 사람들 모두가 벗은 발로 뛰어나와 맞았다 했습니다. 권력 주변부에는 아첨꾼이 성시를 이루는 법인데, 그래도 다윗 왕에게는 충성파와 조금 덜 충성파가 많았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영욕이 교차되는 것인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뿌리치지 못하는 유약함을 새롭게 배우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이 유효한 이유입니다.

 

3. 그제와 어제 잔디밭을 깎았습니다. 땀 흘려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