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전쟁에 패할 때 겪게 되는 수모들. / 왕하 18:28-37.

박성완 2019. 10. 31. 03:04

묵상자료 6741(2019. 10. 31. 목요일)

시편 44:13-16.

찬송 44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를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걸 빼면, 신동엽 시인이 제일 좋아했던 것 중의 하나가, 등산이었습니다. 거의 주말마다 산행을 즐길 정도였지요. 딸 신 정섭은 후에 아버지의 등산에 대해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에겐 등산이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사진첩에도 산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인데, 산봉우리를 디디고 지팡이를 짚은 채, 먼 곳을 바라보는 사진속의 아버지는, 마치 구약 성서속의 어느 예언자인양 의연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등산이었으니, 우리의 산과 흙을 바탕으로 한 시가 탄생한 건 당연했습니다. 그 시가 바로 신동엽 시인을 가장 유명하게 한 시 <껍데기는 가라> 였습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그 시를 계기로, 그는 더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요. 당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은 단연 김수영 시인이었습니다. 그런 김수영 시인도 신동엽의 시에 대해서는 당시 이렇게 극찬했습니다. “카랑카랑한 여무진 저음에는 대가의 기품이 서려있다. 그의 고대의 귀인은 예이츠의 그의 비잔티움을 연상시키는 어떤 민족의 정신적 방명 같은 걸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서정주의 신라에의 도피와는 전혀 다른, 미래의 비전과의 연관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훗날 시 문학사에서 1960년대의 시를 얘기할 때, 그런 김수영 시인과 신동엽 시인을 늘 나란히 놓곤 하지요. 보다 친숙하면서도 서정적인 시로는 신동엽 시인을 더 높이 사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신동엽 시인이 너무 우리 민족적인 자주만을 강조하다 보니까, 지나치게 배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해 김 은교 시인은 <신동엽 평전, 좋은 언어로> 에서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의 시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다른 이방인에 대한 배타주의로만 읽는 것은 지나친 오해이다. 신동엽의 독서 노트와 일기장을 보면, 그는 엄청난 양의 세계문학 작품을 두루 읽고 받아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신동엽의 <산문 시>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스칸디나비아라 던가 뭐라고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리본 단 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근무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에 마다/ 기름 묻은 책 하이덱커 러셀 헤밍웨이 장자로 시작해서/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3천리 3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 가더란다이렇게 끝나는 산문시<KBS FM 1 가정음악 2019. 4. 18. 방송>

 

2. 오늘도 어제 본문을 이어서, 앗수르의 산헤립이 파견한 군대장관과 내시장관 시종장관들이 예루살렘 성 밖에서 외치는 여론전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권투 시합에서만이 아니라 국가 간의 전쟁에서도 여론전은 큰 몫을 담당하는 것을 엿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히스기야 왕이 다스리던 유다는 북쪽의 앗수르 동쪽의 바벨론 그리고 남쪽의 이집트라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항상 어려움을 당해야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중국 남쪽으로는 미국 사이에 끼어서 강대국들의 작은 입김만으로도 경기(驚氣)를 앓는 형국 말입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열세인 나라들이 겪는 문제는 언제나 치욕적인 것일 수 밖입니다. 당사자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상관없는 사람들끼리 생사를 결정짓는 엄청난 일을 저질러버리는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3.8선을 긋고 미국과 소련이 주인노릇을 한 경우이며, 195198일에 일본과 48개국 연합국 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인데, 피해 당사국인 우리나라가 6.25 동란으로 빠진 때문에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예루살렘 마전터로 가는 길가에서 산헤립의 군대장관은, 유다왕 히스기야가 보낸 궁내대신 힐기야의 아들 엘리킴과 시종무관 셉나 그리고 공보대신 아삽의 아들 요아에게, 유대 말이 아닌 아람어로 말해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유대말로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 내용은 자국의 왕 히스기야왕의 말을 듣지 말고, 앗수르 왕의 말을 들으라며 황당한 요구를 합니다. 항복한다면 너희 나라와 다름없는 땅에서 풍성한 곡식과 새 포도주를 마시며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즘 말로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전쟁에서 패하고 국력이 쇠약해 질 때의 모습입니다.

 

3. <Fortress Players/지휘 김필승교수>가 연주하는 종교개혁 502주년 기념 음악제가 오늘 저녁 8시에 중앙루터교회에서 열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