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지막 수업 시간에.
2004년 가을 학기에도 3, 4과목을 가르쳤다.
그 중의 한 과목이 <로마서 주석>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수업 시작 후 5분간의 짧은 묵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과 같이 부른 <케세라 세라-Quesera Sera>였다.
나는 그해 강의를 끝으로 더 이상 가르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아직 교수 정년까지는 5년이 남은 60세의 일이다.
지역 교회 담임목사, 신학대학교 교수, 베델성서연구원 전임교수, 중국 선교사 등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때문에 지칠대로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학대학교수 직은 내려놓고 싶었다. 무려 25년이나 근속했으니 말이다.
나는 나름 일의 시작과 일의 끝은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의 시작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고,
일의 끝은 바로 그 일을 마치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회를 맡는 것이건, 교수가 되는 것이건, 베델성서연구 강사가 되는 것이건, 선교사가 되는 것이건,
내가 기를 써서 맡으려고 노력하지 말자는 것이다.
소명에 따른 것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내 소원대로 되었다.
그리고 담임 목사는 그 교회에서 설교를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날로 임기를 마치고,
교수직은 강의를 마치는 날이 끝이며,
선교사는 선교지 강의를 끝내는 날로 하자고 말이다.
그래서 내 소원대로 되었다.
별도의 은퇴식이란 특별 행사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케세라 세라>는 어떤 범주에 드는 노래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유행가쯤으로 분류되는 노래임에는 틀림없는 때였다.
그래서 마지막 <로마서 강의>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가르칠 때는 학생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가사를 칠판에 썼다.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1. 내가 어린 소녀 였을 때 When I was just a little girl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지 I asked my mother, what will I be
내가 예쁠까? Will I be pretty
내가 부자 일까? Will I be rich
어머니가 나에게 한 말은 이랬지 Here's what she said to me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되기로 정한대로 될 것이다 Whatever will be, will b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없단다 The future's not ours to see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되기로 정한대로 될 것인가 What will be, will be
2. 내가 자랐고 사랑에 빠졌을 때 When I grew up and fell in love
나는 내 연인에게 물었지 I asked my sweetheart, what lies ahead
무지개가 있을까요? Will we have rainbows
연일 Day after day
내 연인이 말한 것은 이랬지 Here's what my sweetheart said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되기로 한대로 될 것이다 Whatever will be, will b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없습니다 The future's not ours to see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되기로 한대로 될 것인다 What will be, will be
3. 이제 내 자신 아이들이 생겼는데 Now I have children of my own
그들이 어머니에게 물었지 They ask their mother, what will I be
멋쟁이가 될까? Will I be handsome
부자가 될까? Will I be rich
난 그들에게 다정하게 말한다네 I tell them tenderly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되기로 한대로 될 것이다 Whatever will be, will b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없습니다 The future's not ours to see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되기로 한대로 될 것이다 What will be, will be
케세라, 세라 Que será, será
어느 때나 젊은이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설레임과 함께 불안과 두려움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이 노래 케세라 세라는 큰 위안과 격려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음악가는 케세라 세라를 스페인 노래가 아니라 모나코 노래라고 하면서 독특한 해석을 하였다.
단순히 될대로 되리라는 운명적이고 자포자기 식의 말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라고 말이다.
하나님이 정하신 대로 될 것이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대로 살게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내 학생들에게 그 말을 해 주었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얼마든지 힘을 내어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비록 한 발 두 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걷고는 있지만,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그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매일 매일 성실하게 진실하게 살아가라고.
나는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나를 위한 하나님의 섭리를 의지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간다고.
그래서 오늘도 케세라 세라를 큰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볼륨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