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쳐라. / 마 22:15-22.
묵상자료 6778호(2019. 12. 7. 토요일).
시편 52:6-7.
찬송 36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선배가 겨울이 되면, 밤에 연탄가는 일이 제일 싫었다고 했습니다. 자다 말고 밖으로 나가서 연탄을 갈아야 하는데, 그 추운 겨울 밤 맨 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아궁이 앞에 서서 졸린 눈 비벼가며 연탄을 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 과정을 대충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연탄 집개로 맨 위의 연탄 한 장을 집어 뺍니다. 색이 더 하얗게 되기 전에 얼른 갈아 주어야 합니다. 다 타고나면 번개탄을 사용해야 하는 더 번거로운 사태가 벌어지니까요. 아래에 있던 연탄도 빼 버립니다. 그 연탄은 다 탔습니다. 하지만 아직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하지요. 그리고 잘 내려놓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파삭 깨져서 빗자루를 동원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자,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갑니다. 아까 맨 위에서 뺐던 연탄을 아래에 넣고, 새 연탄을 그 위에 올려놓습니다. 9공탄이든 19공탄이든 22공탄이든, 일단 구멍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잘 타서 아랫목 뜨끈뜨끈 식구들 모두 따끈하게 겨울 발을 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출출하면 연탄불에 석쇠 올려놓고 가래떡이나 인절미를 구워먹으면 겉은 파삭파삭 속은 말랑말랑 쫀득쫀득, 조청에 찍어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고 하지요. 기성세대에게는 그렇게 추억의 일부분, 젊은이들에게는 연탄 구이와 함께 조개나 돼지고기가 떠오를지 모르겠지만요, 얼마 전 이른 새벽에 연탄을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힘겹게 비탈길을 오르는 어르신을 봤습니다. 많이 사라지줄 알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연탄은 중요한 겨울철 난방입니다. 한 때 극감했다가 또다시 늘고 있다는 말도 있고요. 구멍 22개 한 장에 몸무게 3.6킬로그램, 500원에서 700원 사이이지만, 배달하기 어려운 산동네에서는 인건비까지 보태져서, 두 세배 더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요, 그 옛날 추억 속에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연탄은 활활 타오른 다음 재가 되었다가, 눈 내린 어느 날 염화칼슘 뿌리지 않아도, 아이젠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낙상하여 다치는 일 없도록 연탄 길을 만들어 주겠지요. 문득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에서> 라는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1년 12월 15일 방송>
2. “카이사르 것은 카이사르에게(15-22절)”을 읽었습니다. 약 20여 년간 목사님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많은 배움을 가졌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었는데, 곤혹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제가 목회를 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으셨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바리새파 사람들은 예수님 당시에 가장 유대교 신앙에 열심이었던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예수라는 젊은이가 사람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모습에 많은 긴장을 가지면서 또한 일종의 시기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것은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힘든 문제를 들이밀었는지 모릅니다. 식민통치를 하고 있던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 아니냐를 질문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 시절에 가장 뜨거운 감자와 같은 문제였을 것입니다. 세간(世間)에서는 바쳐야 한다는 현실주의자들과, 절대로 바칠 수 없다는 국수주의자들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생길만한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때 주님은 동전을 보여 달라고 하셨고, 그 동전의 형상이 누구이냐고 물으신 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그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알송달송한 대답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인 문제와 신앙적인 문제를 동시에 언급하신 것입니다. 카이사르 것은 알겠는데, 하나님의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바리새파 사람들을 비롯해서 오늘의 하나님의 백성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 이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존재들, 바로 우리 인간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온전히 바쳐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의 전 삶을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