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과학문명이 위선자를 골라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 마 23:1-12.

박성완 2019. 12. 11. 00:36

묵상자료 6782(2019. 12. 11. 수요일).

시편 54:1-3.

찬송 53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좌석 위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지요. “표시나지 않는 초기 임부에게 자리 양보를 해 주세요.” 라고요. , 그래 옳은 말이다 싶으면서도, 또 한쪽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표시가 나지 않는데 어떻게 알아본담. 표시가 나지 않아서 그동안 우리가 몰라봤던 건 또 있었습니다. 바로 펭귄의 다리 길이입니다. 펭귄에게 다리 길이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실례가 아닐 정도로 펭귄의 다리길이는 참담합니다. 펭귄에게 다리가 있었나? 그냥. 발만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온라인에 펭귄의 실제 다리 길이라는 제목의 두 장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 장은 펭귄의 골격을, 또 다른 한 장은 펭귄의 겉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에 그토록 짧았던 펭귄의 다리가 엑스레이를 투과해서 찍어보니까 놀랍게도 참 길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길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무릎을 90도로 구부린 모습과 비슷했는데, 짧은 줄 알았던 펭귄의 다리는 단지 쪽 펴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다리만 긴 게 아니었어요. 목도 미인처럼 길었지요. 생각보다 꼿꼿하고도 길쭉한 목. , 펭귄 그대의 실체여,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표시를 내야 할지 표현을 해야 할지, 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극의 신사 펭귄은 표시낼 수 없겠지요. 아니 표현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 두툼한 턱시도 속에 숨은 다리로 성큼성큼이 아니라, 겉으로 들어난 짧은 다리고 종종 거리면서 남극의 차가운 얼음 위를 걸어 다니겠지요. 세상에는 그런 펭귄 같은 마음들이 있습니다. 그처럼 자신의 속을 스스로 표시내지 못하는 사람의 소망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끝내 말할 수 없는 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내 속을 엑스레이로 투과해 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만약에 그럴 수만 있다면,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이 더 이상 빙판처럼 춥고 미끄럽고 아슬아슬하지 않을 텐데.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1 12 14일 방송>

 

2. “위선자에 대한 책망(1-12)”을 읽었습니다. 위선(僞善)이라는 말은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데, 저와 같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걸려들기 딱 좋은 서글픈 말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실행할 의도도 없이 거짓부리로 말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들은 항상 먼저 자기 자신에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푸쉬킨의 말처럼 삶이 인간을 속입니다. 말하는 시점과 계속 달라지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말을 실행할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입니다. 어쩌면 상황을 더 중요하게 여긴 탓일 겁니다. 그래서 위선자가 되곤 합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군중 앞에서 위선에 대해서 가르치셨는데, 특정 인물들에 대해서 그들의 위선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신 것입니다. 가령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의 경우인데, 그들의 말은 흠잡을 데 없을 만큼 훌륭하기에 들을 만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행실은 전혀 달랐기에 본받지 말라고 하십니다. 똑 같은 한 사람에게서 말은 듣고 행실은 듣지 말라고 하십니다. 정통 바리새인을 보는 듯한 말씀도 이어집니다. 이마에 경찰(鏡察)을 붙이고, 옷자락에 긴 술을 달고 언제나 상석에 앉으며, 스승이라 인사받기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도자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서양인들이 깜짝 놀라곤 하는 것 중에는 문명의 발전이 곧 바로 실용화되는데 있다고 합니다. 우선 대중 교통 수단인 지하철이나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는 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는 물론, 버스 안이 혼잡한지 여유로운지도 미리 알려서, 자신이 타고 싶은 차를 골라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놀라워 합니다. 식당 테이블에는 call bell이 있어서 언제든 손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하면, 주소지를 옮기는 것도 단 몇 초만에 수속이 끝나고, 대부분의 공공 증명서(졸업장, 가족 증명서, 등 초본, 인감 증명서 등)를 거주지가 아닌 아무 동 사무소에서도 몇 분 안에 발급받을 수 있는 것에 경악을 합니다. 의료서비스는 전국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고, 전국 어디에서나 와이파이가 무료로 공급되고, 어디에서나 신용카드로 단 돈 천원까지도 결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과거에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물론, 가족관계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말잔치에서 끝나지 말고 약한 사람들, 가난하고 병들고 힘든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보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